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5일 검찰에 비공개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는 틀로 묶어 수사하고 있는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정 실장은 검찰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 쪽에서 받았다고 의심하는 1억4천만원 뒷돈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 역시 애초 출석 조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만큼 추가 조사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15일 오전 정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와 국회 본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6일 만이다. 정 실장 쪽은 전날 수사팀과 조사 일정과 방식 등을 협의한 뒤, 이날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비공개 출석했다.
검찰은 조사에서 정 실장에게 돈을 줬다는 민간사업자 쪽 진술을 근거로 금품수수 경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의 연관성, 이 대표에게 사업 진행 과정을 어느 수준까지 보고했는지 등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고 했던 정 실장은, 이날 조사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특히 민간사업자 쪽 녹취록과 진술을 근거로 대장동 개발 수익 428억원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용(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실장이 나눠 갖기로 ‘3자 공유 약정’했으며, 이를 ‘이재명 대선 자금 저수지’라고 의심하는 검찰은 이 부분을 자세히 물어봤지만, 정 실장은 답하지 않거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 대표에게 두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최측근인 김용·정진상 두 사람에게 적용한 혐의를 토대로 이 대표 조사를 위한 뼈대는 이미 세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대표 이름이 100여차례, 김 부원장 공소장에는 50여차례 등장한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거나 개발 수익을 공유하려는 약정을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이 대표가 ‘정치적 공동체’ 내부에서 가지는 역할과 중요성이 전체 범죄 혐의에 본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정치적 공동체’라는 틀로 공모관계를 기정사실화한 검찰로서는 이를 입증할 증거 관계를 다지며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단계로 진입한 상황이다.
‘정치적 공동체’라는 판단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시기에 정진상 실장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에 그렇게 기재한 것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정치자금이 이 대표에게 직접 전달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이재명-정진상-김용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 공모공동정범으로 의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례적으로 자세한 압수수색 영장, 이재명이라는 이름의 잦은 등장은 결국 이 대표를 수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서는 정치적 부담 때문인지 말을 아끼고 있다. 수사의 관건은 결국 이 대표가 최측근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등일텐데, 논란없이 수사를 이어가려면 민간사업자 쪽 진술을 입증할 물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진술만으로 수사할 순 없다. 충분히 다양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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