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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앉은키 높이 간판이 찌글찌글…다시 열린 그 골목에서

등록 2022-11-11 16:56수정 2022-11-12 10:41

11일 오후 2시 참사 현장 골목 폴리스라인 제거
청소했지만 남은 반짝이와 파손된 간판 흔적들
“골목에 혈흔…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을지”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 골목 상점의 간판이 훼손됐다. 채윤태 기자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 골목 상점의 간판이 훼손됐다. 채윤태 기자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13일이 지난 11일,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60대 남성이 걸어 올랐다. 올라오는 내내 바닥을 바라보며 숫자를 셌다. ㄱ씨는 골목 끝에 올라 “보폭으로 세어보니 35m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좁은 데…”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골목을 내려다봤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 대한 감식과 청소·방역을 마치고 13일 만에 개방했다. 참사 이후 세 번째로 추모하러 왔다는 ㄱ씨는 “매번 추모하러 올 때마다 폴리스라인이 때문에 밖에서만 봤는데, 오늘 개방돼 직접 걸어봤다. 걸음을 세어보면서 그날 청년들이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청소와 방역을 마쳤지만, 지워지지 못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바닥에는 핼러윈을 축하했던 반짝이 장식과 짓눌린 담배꽁초들이 남아있었고, 현장의 처참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혈흔과 누더기가 된 상점 간판이 보였다. 미처 치우지 못한 호박 장식도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골목은 좁았고, 경사는 급했고, 바닥은 미끄러웠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이 11일 오후 공개됐다. 채윤태 기자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이 11일 오후 공개됐다. 채윤태 기자

미처 치우지 못한 호박 장식물. 채윤태 기자
미처 치우지 못한 호박 장식물. 채윤태 기자

참사가 벌어진 바로 앞 이태원 1번 출구에는 이날 수많은 추모객이 모여 골목을 바라봤다. ‘빼빼로데이’인 이날을 기억해 빼빼로를 놓고 간 추모객들도 눈에 띄었다. 폴리스라인이 걷혔지만 대부분의 추모객은 멀리서 바라볼 뿐, 골목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에서 100일 기도를 했던 불일스님은 1시간가량 거리에서 반야심경 등 불경을 읊었다. 그는 “골목길 안에 혈흔이 남아있는 것을 봤다. 살아나기 위해서 얼마나 몸부림쳤을지 느껴졌다. 젊은 사람들이 비명횡사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한을 달래주기 위해 매일 이태원역 앞에 나와 그들을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 한가운데서 10년째 액세서리 가게를 해오고 있는 남인석(80)씨는 “참사 당일 수많은 사람이 가게 앞에 모여 있는 것을 가게 안에서 봤다. 너무 많이 몰려서 위험하다 싶었다. 가게로 밀려들어 오기도 하고….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난관리 전공자로서 꼭 현장을 봐야겠다고 생각에 강원도에서부터 달려왔다는 강경호(23·강원대 재난관리공학 전공)씨는 “전공자로서 이 참담한 현장을 꼭 보고 싶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거리 인파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더라도, 참사가 벌어진 저 좁은 골목만이라도 통행 인원을 통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자주 이태원을 찾았다는 윤아무개(67)씨는 “결혼 전에 이태원에 자주 놀러 왔는데, 그런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게 너무 슬펐다”며 “편 가르고 싸울 때가 아니고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서로 힘을 합쳐 조사하고 마무리 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씨는 한동안 일행과 골목을 한참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이날 참사 현장 인근 주점들은 경찰의 해밀톤호텔 불법증축 수사를 의식한 듯, 노상 테이블을 치우고 불법설치물들을 철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의 폴리스라인을 제거하는 경찰. 채윤태 기자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의 폴리스라인을 제거하는 경찰. 채윤태 기자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 골목에 남아있는 반짝이. 채윤태 기자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 골목에 남아있는 반짝이. 채윤태 기자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 골목 앞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놓인 추모 꽃다발과 빼빼로 등 물품들. 채윤태 기자
1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장 골목 앞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놓인 추모 꽃다발과 빼빼로 등 물품들. 채윤태 기자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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