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온라인에서 떠돌던 ‘각시탈’ 의혹에 대해 해당 인물을 소환 조사까지 한 끝에 무혐의로 종결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처했다. 반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 기관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사 착수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수사가 아닌 변죽 울리기식 수사라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각시탈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2명을 소환조사하여, (당일 현장에 뿌린 액체가) 아보카도 오일이 아닌 짐빔(미국 위스키)으로 확인하였다. 혐의가 없어 종결했다”고 밝혔다. 각시탈 의혹은 각시탈을 쓴 이들이 참사 현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온라인상에서 떠돌던 의혹이다. 경찰은 소환조사 이전부터도 이미 각시탈의 혐의 가능성은 작다고 봤던 터라,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특수본은 이날까지 사고 현장의 공무원과 경찰들을 소환 조사해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 삭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사고 당일 행적 △용산구청과 용산서방서의 안전 대책과 대응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용산 경찰서 정보관을 상대로 삭제 경위 등을 확인했고,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직원들을 상대로 핼로윈 데이 안전 대책 수립 및 집행 과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장 수행 직원을 비롯해, 용산구청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소환조사도 예정 돼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재난 안전 관리에 책임이 있는 상급 기관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특수본은 이들 기관 수사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만 밝혀왔다. 김 대변인은 여기 더해 “사고의 발생원인과 관계기관의 조치 등의 사실관계가 확인되어야만 법리검토가 어느 정도 완성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사하고 있는 사고 당일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되기 전까지, 상급 기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비롯해 본격적인 수사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2일부터 경찰서와 소방서, 용산구청, 온라인 의혹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을 벌여온 것과 대비된다.
한편 경찰은 이태원 참사 현장의 폴리스 라인을 이날 철거했다. 또 서울 용산구 다목적 실내체육관 유실물 센터도 13일 저녁 8시까지 운영한다. 경찰 쪽은 “11월11일 10시 기준 유류품 359점을 219명에게 반환했고, 아직 반환되지 못한 유류품은 714점”이라고 밝혔다. 유실물 센터 운영이 종료된 뒤에는 용산경찰서에 방문하면 유류품을 반환 받을 수 있다. 유류품은 로스트112(www.lost112.go.kr)에서 검색할 수 있으며 반환 문의는 용산경찰서 생활질서계(02-2198-0287)로 하면 된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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