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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윤 퇴진’ 집회 막느라…경찰 수뇌부, 이태원 참사 골든타임 놓쳤다

등록 2022-11-02 20:31수정 2022-11-03 08:43

경찰 부실대응 ‘수뇌부 책임론’ 확산
2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이태원 파출소가 보인다. 참사 당일 정부와 경찰의 대응 방식에 커다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이태원 파출소가 보인다. 참사 당일 정부와 경찰의 대응 방식에 커다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들어오는 등 위기 징후가 짙었지만, 경찰이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5시간이 넘은 자정께 경찰력(경력)을 추가로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뇌부의 판단 착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의 자체 수사도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이 용산경찰서에 지령을 내린 과정과 경력 투입이 늦어지게 된 이유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의 추가 기동대 투입은 사망자가 이미 많이 발생한 자정 가까운 시간에 이뤄졌다. 사실상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심지어 사건 현장의 첫번째 총책임자인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직전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현장을 통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집회는 저녁 9시께 끝났다. 시민들의 ‘압사’ 112 신고가 들어오던 시각이다. 이런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이 속속 밝혀지자 경찰 수뇌부, 특히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윤희근 경찰청장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12 신고는 112상황실에서 해당 경찰서에 지령을 내리는 체계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서 접수하고 용산경찰서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문제는 상황 파악을 통한 제대로 된 상부의 지령이 하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한겨레>에 “경찰 병력 증원 결정도 서울경찰청장이 하는 것”이라며 “경찰 수뇌부가 용산경찰서를 문제 삼고 있는데, 서울경찰청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상부 보고 자체도 늦었다. 서울경찰청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21분이나 지난 뒤 첫 보고를 받았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29일 밤 11시34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최초로 보고 전화를 했지만, 김 청장은 전화를 받지 못했다. 김 청장은 밤 11시36분 두번째 통화에서 구두로 사고 발생을 보고받았다. 김 청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30일 0시25분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사건 발생 1시간59분 뒤인 0시14분에 첫 보고를 받았다. 이임재 용산서장이 윤 대통령 퇴진 집회 경비 지휘를 한 것이 보고 지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의 발표를 보면, 소방청 상황실에서 사고 발생 38분 뒤인 29일 밤 10시53분에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이 통보되고, 국정상황실장이 밤 11시1분에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이 사고 사실을 보고받은 시각보다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이 늦게 상황을 파악한 황당한 상황이다. 경찰이 소방당국·대통령실과 즉각 소통하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라는 ‘핫라인’이 구축돼 있음에도 경찰 수뇌부가 대통령실보다 1시간가량 늦게 사고 발생을 파악했다는 지점도 의문점이다.서울경찰청은 애초에 용산경찰서의 지원 요청이 늦었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지원 요청을 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넘게 지난 29일 밤 11시24분께였다”며 “요청을 받은 즉시 기동대 13개 중대 경력을 출동시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압사’를 경고하는 112 신고가 사건 발생 4시간 전부터 접수된 점을 볼 때 적절치 않은 해명으로 읽힌다.

현장에 출동할 수 있던 가용 경찰력이 부족했던 상황도 아니었다. 사고 당일 밤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과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어 기동대가 투입됐지만, 두 집회 모두 밤 10시 이전에 해산했으며, 이태원 인근에 대기 중이던 기동대 경력도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용산경찰서는 이날 밤 11시17분께 관내에 대기 중이던 기동대를 투입했다.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차출돼 투입할 경력이 없던 것이 아니라, 적절한 상부의 판단과 명령이 없었던 것이다. 한 기동대 소속 현직 경찰관은 “긴급상황이 생기면 이미 다른 현장에 투입돼 있거나, 퇴근한 기동대라도 2시간 안에 출동할 수 있게 돼 있다. 판단만 하고 결정만 하면 투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용산경찰서가 최근 대통령실 이전 등과 같은 대통령 관련 경호 때문에 경비 쪽 경력의 피로도가 높아 출동이 지연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수명의 현직 경찰관들은 이날 <한겨레>에 “용산경찰서 경비 담당 경찰들이 최근 업무 과중으로 매우 힘들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뒤 첫 수습을 해야 할 용산경찰서의 경비 인력들이 정말 필요했던 순간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초 112 신고자인 ㄱ(52)씨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서 있는데 엄청난 인파가 사고가 난 골목으로 밀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며 “사람이 이렇게 모일 줄 알았는데 왜 경찰은 병력을 배치 안 했는지 의문이 든다. 주최자가 없었다는 말은 책임 회피다. 과연 정부는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채윤태 chai@hani.co.kr 남지현 southjh@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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