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화장을 마치고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서혜미 기자
1일 아침 7시50분 경기 고양 서울시립승화원. 아버지는 딸의 관을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면서 오열했다. 언니의 영정을 안고 앞서던 동생과 뒤따르던 어머니, 고인의 친인척‧친구 등 약 20명도 흐느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태원 참사 나흘째인 이날, 사망자들의 발인이 전국 장례식장에서 시작됐다. 이날 새벽 6시께 경기 부천성모병원에 안치된 김아무개(26)씨의 발인이 엄수된 뒤, 유족들은 승화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침 7시52분, 유족들은 고별장 유리 너머로 고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하얀 커튼이 내려가자 유족의 울음소리는 다시 커졌다.
지난달 29일 오후 친구와 놀러 나간다던 김씨는 그날 밤 10시께 가족에게 “집에 간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차에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튿날 오후 1시께 유족은 용산경찰서 경찰로부터 김씨의 사망 사실을 연락받았다.
약 1시간이 걸리는 화장 절차를 기다리며 유족들은 대기실에서 넋을 놓고 바닥과 천장만 바라봤다. 김씨 유족 대기실은 침묵과 한숨,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이 들렸다. 노년층이 사망한 다른 유족 대기실에서는 간혹 말소리가 오간 것과 대조됐다. 고인의 작은 아버지인 김아무개(53)씨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자식이 어린 나이에 가버렸는데 (부모가) 정신이 온전할 수 있겠느냐. 이제 막 꽃피는 나이인데….” 10여년 전 아시아의 한 국가로 유학을 간 고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해 최근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김씨 유족이 머무르던 대기실 5m 거리에 있는 복도 의자에 앉은 다른 중장년 유가족은 이태원 참사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여성이 “지인의 아들이 대학생인데 그날 이태원에 놀러 간다고 했다더라. 자다 일어나서 그 소식을 본 지인이 아들이 들어왔는지 확인해보니 다행히 들어와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고 말하자, 상주 완장을 찬 중년 남성은 “홍대 핼러윈 축제도 취소됐다는데 나는 그동안 핼러윈이 뭔지 잘 몰랐다”고 답했다. 바로 옆 공간에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장례를 치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김씨 화장이 거의 다 끝나간다는 알림이 대기실 밖 복도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나타난 것은 아침 9시께였다. 모니터엔 고인의 이름 옆에 ‘진행 중’, ’냉각 중’, ‘수골 예정’ 등 절차가 표기된다. 이때 화장하고 남은 뼈를 거둔다는 의미인 ‘수골 예정’이라는 글자가 뜬 것이다. 장례지도사는 대기실에 있는 유족에게 “유족 분들, 이제 이동하시고요. 나오세요”라고 안내했다.
고인의 유골을 1층 고별장으로 이동한 세 가족은 고인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두고 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9시14분, 승화원을 나온 유족은 영정과 황금색 보자기에 싸인 고인의 봉안함을 품에 안고 성남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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