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와 FC서울 선수들이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에 스포츠계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2022 하나원큐 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이 열린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와 FC서울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두 줄로 늘어서 관중과 함께 묵념했다. 이날 경기는 K리그1 우승컵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지만, 비극을 앞에 두고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보내는 데는 모두가 하나였다.
같은 날 리그 개막을 맞은 여자프로농구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이날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 청주(KB)스타즈의 개막전 식전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양 팀 선수단은 검은 리본을 착용했고, 경기 전에 묵념하며 추모 시간을 가졌다.
인천 신한은행과 청주(KB)스타즈 선수와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여자프로농구 개막전 경기 시작을 앞두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최근 개막한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도 추모에 동참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홈팀들이 준비했던 핼러윈 관련 이벤트를 취소하고, 다른 사전 이벤트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역시 출전 선수 전원이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경기 시작 전 추모 시간을 갖기로 했다. 또한 응원 단장, 치어리더, 장내 아나운서 등의 응원 유도를 억제했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응원을 자제하고,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시리즈 일정은 변경 없이 진행할 전망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도 과도한 환호를 금지하는 등 추모 분위기에서 대회를 치렀다.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선 이소미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평소처럼 동료들이 우승자에게 달려가 생수와 꽃잎을 뿌리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추모에 동참했다. 손흥민은 이날 에스엔에스(SNS)에 코너킥을 차는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올린 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더는 안타까운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사고 피해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손흥민이 30일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린 추모글. 손흥민 에스엔에스 갈무리
국가적 비극이 발생했을 때 스포츠계가 애도에 함께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프로야구 케이티(KT) 위즈 선수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경기에 출전했다. 안산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배구 안산 오케이(OK)금융그룹(당시 안산 러시앤캐시) 선수단도 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설치된 임시 합동 분향소를 방문했다.
최근엔 영국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자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고, 프리미어리그가 일주일간 리그 경기를 중단했다. 한국 정부 역시 10월30일부터 11월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 상태다. 다만 국내 프로스포츠는 추모에 동참하되 리그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