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직장내괴롭힘 징계한 뒤, 소송선 피해자 공격한 ‘서사원’

등록 2022-10-27 15:32수정 2023-03-16 10:20

어린이집 등 시설 운영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직장내괴롭힘 피해자 소송제기에 “성희롱 없고, 원래 불성실”
피해자 “2차 가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
사회서비스원 “가해자 입장 담았을 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 돌봄서비스 시설을 운영하는 시 산하기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소속 어린이집 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해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린 뒤,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선 “그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서엔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적는 등 2차 가해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다.

27일 서사원과 피해자 쪽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소속 한 어린이집 원장 ㄱ씨의 괴롭힘은 피해자 백아무개(26)씨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됐다. 지난 2020년 9월25일 ㄱ씨는 추석을 맞아 한복을 입은 백씨의 속옷 끈을 잡아 들어 올리고,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같은 해 10월엔 휴가차 제주도를 방문한 백씨에게 휴가의 동행자, 목적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고하라며 ‘반성문 형식’의 편지를 제출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백씨는 그해 11월 서사원에 ㄱ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서사원은 이를 인정해 ㄱ씨에 대해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서사원은 원장을 받아줄 다른 어린이집이 없다는 이유로 원장은 그대로 남긴 채 백씨를 지난해 5월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보 조처했고, 결국 백씨는 지난해 12월 어린이집에서 퇴사해야 했다.

이에 백씨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와 서사원의 미흡한 후속조치로 2차 피해를 입었다며 서사원과 ㄱ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서사원이 해당 소송에 대해 지난달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에 ㄱ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부정하고, 백씨의 행실을 문제 삼는 등 2차 가해성 답변을 담았다는 것이다.

답변서를 보면, 서사원은 성희롱에 대해 “원고가 일방적으로 본인의 인상에 기반해 사실을 단정 짓는다”, “ㄱ씨는 여성으로서 다른 여성의 가슴이 작다고 지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부인하고, 피해자에 대해선 “원고는 종종 없는 말을 지어낸다”, “직장에서 불성실하고 책임감 없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공격했다. 반면, 가해자에 대해선 성실히 일해왔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대해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은 다른 공공기관에선 규정을 통해 금지하는 2차 가해”라며 “서사원은 법원에 보낸 답변을 통해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버젓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백씨는 “경찰에서도 ㄱ씨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하고, 서사원에서도 사내 조사를 통해 다 인정한 사실인데, 지금 와서 이를 부정하고 저한테까지 ‘불성실하다’며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백씨가 ㄱ씨를 강제추행으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서대문경찰서는 불송치하면서도 결정서에 “가슴부위의 옷을 손가락으로 잡고 들어 올린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한 바 있다.

서사원은 <한겨레>의 관련 질의에 “답변서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실을 부인하는 ㄱ씨 입장이 담긴 것이고, 서사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답변서에 서사원과 ㄱ씨 입장은 분리돼있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다투는 소송에서 백씨의 근태를 지적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엔 “백씨가 서사원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 아니라 직장 부적응 때문이라는 사정과 백씨가 평소 사실을 매우 과장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소송 과정 중 사실 여부에 대해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까지 2차 가해라고 몰아세운다면 정상적인 변론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김수미 사망 원인 ‘고혈당 쇼크’…조기치료 않으면 심정지 1.

김수미 사망 원인 ‘고혈당 쇼크’…조기치료 않으면 심정지

교통사고 사망 피해 유족 합의서 속 ‘두 문장’…어쩌면 인간은 2.

교통사고 사망 피해 유족 합의서 속 ‘두 문장’…어쩌면 인간은

더 무거운 혐의 찾나?…경찰, 문다혜 택시기사 한의원 압수수색 3.

더 무거운 혐의 찾나?…경찰, 문다혜 택시기사 한의원 압수수색

검찰의 ‘문 닫을 결심’[논썰] 4.

검찰의 ‘문 닫을 결심’[논썰]

“‘보이지 않는 손’ 이젠 작동 안 해…각자도생은 멸망의 지름길” 5.

“‘보이지 않는 손’ 이젠 작동 안 해…각자도생은 멸망의 지름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