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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우성 “우크라이나 난민, 고향 돌아갈 ‘희망의 끈’ 놓지 않아”

등록 2022-10-19 18:43수정 2022-10-20 02:52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
3년 만에 여덟번째 현장 찾아
“시민들의 아픔 연대로 극복해야”
19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사진 UNHCR 제공
19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사진 UNHCR 제공

“코로나19로 3년 만에 (현장에) 가면서 그들의 처참함을 직접 들을 준비가 된 것인지 두려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폴란드에서 본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 3~6일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자격으로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직접 만나고 돌아온 배우 정우성(49)은 이런 소회를 밝혔다. 19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대표 제임스 린치)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격화되는 전쟁 속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2014년부터 남수단·이라크·방글라데시 등 난민들이 있는 곳을 찾았던 정 대사의 여덟번째 현장 방문이기도 했다.

정 대사와 제임스 린치 대표 등은 난민 아동과 가족들을 보호하고 사회 서비스를 지원하는 ‘블루닷’ 난민 지원센터와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로 들어오는 주요 기차역인 루블린역 등을 방문해 난민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지난 5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가족을 만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씨. 가족 중 아버지는 러시아군에 의해 부상을 입고 폴란드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사진 UNHCR 제공
지난 5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가족을 만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씨. 가족 중 아버지는 러시아군에 의해 부상을 입고 폴란드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사진 UNHCR 제공

유엔난민기구의 난민 지원 센터인 블루닷(Blud Dot) 센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을 만난 정우성씨. 사진 UNHCR 제공
유엔난민기구의 난민 지원 센터인 블루닷(Blud Dot) 센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을 만난 정우성씨. 사진 UNHCR 제공

“루블린에서 만난 ‘이나’는 미술을 전공하는 20대 학생이었는데 지하에 피신하던 중 밖을 내다본 사이 탱크가 진격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그 충격과 트라우마를 모두 이겨내고 국경을 넘기 위한 여정 속에서 스스로를 놓지 않으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가슴 아팠습니다.” 정 대사는 이어 “남편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이고 아이와 함께 피난을 온 젊은 아이엄마도 만났는데, 남편과는 가끔 생사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이 연락이 끊기면 남편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징집령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는 청년들의 소식과 관련해 정 대사는 “결국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하는 문제”라며 “(러시아 국민도) 피해자이고 난민이다. 난민지원센터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할머니는 가장 바라는 건 ‘평화’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아픔은 시민들 사이 연대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등)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난민이 생긴 상황도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계속 현장을 방문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그는 “미얀마 쪽 상황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19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사진 UNHCR 제공
19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와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사진 UNHCR 제공

난민을 향한 편견과 혐오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우리도 한국전쟁을 겪었지만,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평화교육 대신 ‘북한은 우리 적’이라는 한정된 교육을 먼저 받았다. 또 반도 국가의 특성상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상황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경제적 이유에 따른 도피라는 인식으로 난민을 이미지화하는 것 같다. (2018년) 예멘 난민 사태에서도 그런 시각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평화”라고 했다. 다만 “한국 민간기구의 국제기부는 늘 전세계 상위권이었다.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분들이 많다”며 최근 나오는 이민청 신설 논의도 “규제를 더 강화하기 위한 행위로 옮겨져선 안 된다. 열려있는 지원, 우리 사회에 (이민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관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조만간 은퇴 예정인 린치 대표도 “겨울이 오면 발전소나 기반시설 공격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 국민과 정부는 많은 연대와 지원을 보여줬다. 그 의지는 계속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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