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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먹통 복지망 부른 ‘개발자 무더기 이탈’…하도급 관행이 원인

등록 2022-10-19 15:24수정 2022-10-19 22:38

개발 인력 90%가 중도에 빠져
LG CNS 주요작업 대부분 하도급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가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컨소시엄 대표사인 엘지 씨엔에스(LG CNS) 인력의 ‘무더기 이탈’로 개발 과정에서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의 데이터전환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엘지 씨엔에스는 주요 작업 대부분을 인력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소 하도급 회사에 맡겼고, 정부는 계약 단계부터 이를 방관해 문제를 키웠다.

19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을 맡은 엘지 씨엔에스 등 컨소시엄 3개 회사(한국정보기술·㈜브이티더블유)는 올해 1∼9월 343명의 개발 인력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지만, 이 가운데 90%(307명)가 퇴사 등의 이유로 중도 이탈했다. 이탈 인력의 53%(163명)는 엘지 씨엔에스 및 이 회사의 하도급사 소속이었다. 이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보원은 ‘개발자 이탈’로 10월에도 시스템 정상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애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인력 이탈로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복지업무 담당자가 사용하는 행정시스템이다. 기초연금·생계급여·아동수당 등 모든 사회 급여의 신청·심사·지급이 이곳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지난달 6일 개통한 이후부터 외부 기관의 자료 열람 등에 결함이 생겨 이달 5일까지 한달 간 10만여건 오류가 신고됐다. 이달에는 입주자 자격조건 열람에 오류가 발생해 공공임대주택 125개 단지의 당첨자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다. 최근 복지부는 오류를 잡기 위해 엘지 씨엔에스 본사 개발자 등 60여명을 투입하는 등 뒤늦게 인력 충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력 무더기 이탈 배경에는 대기업 개발사의 ‘하도급 관행’이 있었다. 엘지 씨엔에스는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데이터전환·응용프로그램 개발 등 주요 공정을 35개 하도급사에 나눠줬다. 한국정보기술과 브이티더블유 역시 각각 14곳, 4곳과 하도급 계약을 했다. 하도급을 맡은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프리랜서 등의 비중이 높아 인력이 유동적인 편인데, 지난해 개발자들이 대기업으로 대거 이직하며 시스템 개발 인력에 결원 발생한 것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안내문. 보건복지부 제공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안내문. 보건복지부 제공

엘지 씨엔에스에서 인력 구멍이 생기자 공정은 지지부진해졌다. 개발의 가장 기초단계인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던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 2200만명의 데이터를 배열·통합하는 ‘데이터전환’이 계속 늦어졌고, 그 결과 응용프로그램 개발과 시스템 테스트 등도 개통 직전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데이터전환은 시스템 개통 3~4개월 전에 끝나야 하지만 개통 한 달 전에도 이 작업은 완료되지 않았다. 복지부와 컨소시엄의 8월 정례 회의록을 보면, 복지부 관계자는 “개통 전까지 (일부 분야) 데이터를 100% 전환하기 힘들 것 같다. 데이터전환 없이 개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작업을 재촉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데이터베이스 전환을 해야 하는데 매주 요청하고 있음에도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복지부가 국가계약법에 따라 인력 구성 등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하도급사와의 계약을 막을 수 있었지만, 모든 하도급 계약을 승인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부가 계약 단계에서부터 인력 이탈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인다. 복지부와 컨소시엄이 체결한 계약서를 보면, 계약 기간과 시스템 개통 뒤 하자 조처 의무 등만 들어있을 뿐 인력 손실 시 컨소시엄 내외부에서 인력 충원을 의무화하는 특약 등은 없었다.

이종성 의원은 “개통 일정이 (1월 등에서) 3차례나 연기되고도 과도한 하도급, 인력 절반 이상의 이탈 문제 등이 계속됐다”며 “계약 과정에서부터 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됐거나, 계약 종료 일정에 맞추고자 무리하게 진행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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