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안전사고 예방 차원이라도 직원 동의를 받지 않고 매일 근무 시작 전 음주측정을 강요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광주시 산하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음주측정과 관련해 노사 간 협의 절차를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음주측정 의무화 조처를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또 구청장에게 이 권고가 이행될 수 있도록 공단을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이 공단은 2020년 9월부터 소속 환경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 호흡측정방식의 음주측정을 시행해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면허정지(0.03%) 기준 이상인 경우, 당일 연차 사용으로 업무에서 배제해왔다. 공단은 지난 7월 음주측정을 방해한 직원에게 경고 조처를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차량 운전원 4명을 차량 탑승원으로 업무배치를 바꾸기도 했다. 이에 진정인은 “환경직 직원들을 잠재적인 음주운전자로 예단해 강제적으로 음주측정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공단 쪽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처인 데다, 2020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의결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환경직 직원 다수가 오후 3시 퇴근 후 늦은 시각까지 음주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지각, 무단결근, 자동차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해 징계처분을 받은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3년간 환경직 직원의 안전사고 발생 비율은 공단 전체 사고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산업재해는 100%에 달했다. 공단의 음주측정 결과를 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출근자는 지난해 32명, 지난 1∼5월은 30명이었다.
인권위는 “음주측정이 환경직 직원들의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않고 이들에게 강제적으로 음주측정을 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음주측정 거부자에게 운전업무 배제, 경고 등의 조처로 음주측정에 어쩔 수 없이 응하도록 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인권위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주측정을 하는 것으로 의결했는데, 이와 달리 공단은 환경직 직원들을 의무적으로 음주측정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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