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국힘이 고발장 ‘날리면’ MBC 명예훼손 처벌? 법조계 ‘글쎄…’

등록 2022-10-03 15:27수정 2022-10-04 02:4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고발은 이명박 정부 때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 수사, 박근혜 정부 때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를 한데 섞어 놓겠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자 “국면 전환용”이라며 이렇게 촌평했다. 국내외 언론단체들의 언론 자유 침해 반발에도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여당이 앞장 서 재갈 물리기에 나선 것이나, 비속어 자체보다는 ‘유출’ ‘왜곡’에 초점을 맞춘 행태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두 사건과 달리 이번 비속어 발언 보도는 혐의 성립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박성제 <문화방송> 사장과 박성호 보도국장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배당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불확실한 발언에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붙여 방송함으로써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고발했다. 다만 명예훼손 혐의는 개정 검찰청법 등에 따라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경찰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일차적으로 ‘바이든’이라는 자막 표기가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형법상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모두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수사기관이 자막이 사실이라고 판단하면, 대통령 실제 발언을 자막 처리한 것에 불과해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해야 죄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바이든’ 자막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 등을 보면 국민 과반수가 윤 대통령 발언을 ‘바이든’이라 들었다고 답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 발언을 각종 기관에 검증의뢰한 뒤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한 일부 결론을 차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60% 이상이 ‘바이든’이라고 들었다는 상황에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을 내리면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궁색한 결론이란 비판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허위사실이라 판단 하더라도 고의성 입증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선 <문화방송>이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고의적으로 발언을 왜곡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은 그 자체로 보도 가치가 크기 때문에, 방송 행위 자체를 비방의 목적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벌이 어려울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고발에 나선 건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이자 위축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