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노조원들이 지난 8월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 광고판과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직장인 절반이 올해 있었던 연세대 청소노동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등 파업의 책임이 원청기업에 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원청기업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부분이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5일 공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응답자 중 51.8%가 하청노동자 장기 파업 사건의 책임자로 ‘원청회사’를 꼽았다. 이어 ‘용역회사·협력업체’(23.4%), ‘원청회사 노조’(8.0%), ‘하청회사 노조’, ‘정부’(각각 7.6%) 순이었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올해 있었던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에 대해 지지한다는 응답을 했다. 사안별로는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82.8%)이 가장 높았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71.2%), ‘씨제이(CJ) 대한통운 등 택배노동자 파업’(66.2%),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64.3%)이 뒤를 이었다.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임금 등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89.2%였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8%였다.
직장갑질119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하청노동자들이 제보해온 사례를 공개했다. “대기업 협력업체 노동자인데 고객사 운영팀장이 주말, 휴일, 연차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업무지시를 한다”, “보안업체 하청업체에서 일하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등 업종을 불문한 ‘원청 갑질’ 제보가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원청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노동계는 노동조합법 제2조를 개정해 실질적으로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 범위에 포함해 단체교섭 의무를 명확히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 하이트진로 파업 모두 원청의 무책임한 교섭 거부로 사태가 악화했고 수십, 수백억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졌다”며 “노조법 2조 개정은 하청업체를 핑계로 원청의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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