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온라인몰 배송기사는 ‘위탁 물류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맞다’는 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대형마트 쪽 배송서비스를 담당하는 물류회사가 소속 배송기사들이 요구한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정부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는데, 배송기사들이 ‘근로자’가 맞는지가 중요하게 논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원고인 ㄱ사 쪽에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ㄱ사가 단체교섭에 응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ㄱ사는 국내 대형마트와 위탁계약을 맺고 해당 마트 온라인몰 배송 서비스를 해왔다. 2020년 8월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ㄱ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ㄱ사는 교섭에 응하지 않고 노조법에서 정하는 대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요청을 했고, 서울지노위는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조합은 ㄱ사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ㄱ사는 서울지노위가 배송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잘못 인정했다며 교섭요구 공고 결정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배송기사들이 ㄱ사 외 다른 업체들과 배송계약을 맺고 수익을 얻고 있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ㄱ사가 배송기사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ㄱ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등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으로 규정되고 노무제공계약의 형태는 관계없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ㄱ사가 배송기사에게 매뉴얼을 제공하고 고객 응대 화법과 용모·복장 등을 규율하거나, 업무수행 과정 평가 항목을 정한 다음 이를 위반한 배송기사에게 불이익을 줬으므로 ㄱ사가 배송기사의 업무를 상당한 수준으로 지휘·감독했다고 할 수 있다”며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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