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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n번방 방지법’ 비웃듯…또 ‘텔레그램 성착취’, 왜 막지 못하나

등록 2022-09-02 19:21수정 2022-09-03 09:58

경찰, 6개 수사팀 35명으로 확대
성착취물 제작·유포 ‘엘’ 추적
미성년자 피해자 최소 6명
제2의 엔(n)번방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2의 엔(n)번방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엔(n)번방’ 사건과 유사한 성착취물 유포 범죄가 최근 또다시 발생하면서 경찰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선 가운데, 관련 범죄가 이뤄진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이른바 ‘엔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시행됐지만, 불법 성착취물 유통 경로인 텔레그램은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수사팀을 확대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을 받는 ‘엘’(닉네임)을 추적 중이다. 지난달 31일 경찰은 이 사건의 신속한 수사를 위해 기존 1개였던 수사팀을 6개로 늘리고, 팀원도 6명에서 35명으로 확대했다.

‘제2의 엔번방’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의 알려진 피해자는 6명으로 모두 미성년자다. 관련 성착취물만 3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은 여성인 것처럼 피해자에게 접근해 텔레그램에 피해자의 사진과 신상이 유포되고 있다며 조작된 대화방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여당은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성범죄의 표적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1일 디지털성범죄 엄정 대응을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이런 방침을 밝히면서도 정작 성범죄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여성가족부나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에 대해서는 폐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엔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리고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였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범죄에 맞서는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하고, 엔번방 방지법이 통신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때, 가해자들은 더 신이 났을 것”이라고 썼다.

엔번방 사건이 반복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입법 미비’가 꼽힌다. 2019년 엔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마련된 엔번방 방지법을 두고, 법 시행 초기부터 ‘성착취물 유통 창구인 텔레그램을 제재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텔레그램이 사적 대화방이라는 점에서 인터넷 사업자에게 성범죄물 삭제 등의 조처를 하도록 한 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엔번방 방지법 시행 당시 디지털 환경을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규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성범죄 징후가 있을 때 적극 개입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성차별 문화와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엔번방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도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문화를 해체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런 문화와 산업 구조를 와해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장예지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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