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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신질환자 입원 위해 5시간 ‘뺑뺑이’ 도는 경찰관들

등록 2022-09-01 17:27수정 2022-09-01 17:59

야간 응급입원 병원 수십곳 전화 돌려…경찰력 낭비 지적
정신응급의료체계 투자 강화, 실시간 병동 파악 시스템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9일 밤 9시17분, 스스로 “아버지를 죽일 것 같다. 지금 혼자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 의정부경찰서 경찰관은 즉시 현장에 출동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행동조절 어려움을 겪고 있던 50대 ㄱ씨는 경찰관을 흉기로 위협하다 제압됐다. 경찰은 ㄱ씨의 응급입원을 위해 수도권 정신응급의료기관 약 50개소에 입원을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병실 부족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결국 경찰은 신고 후 약 5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2시께 충남 국립공주병원까지 가서야 ㄱ씨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밤마다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이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은 관련법에 따라 본인과 타인을 해칠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의사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그러나 야간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당직을 서지 않는 것은 물론 상해 등이 발생했을 때 내·외과 진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병원 자체가 많지 않은 까닭에 애를 먹는 것이다. 경찰관이 환자 한명을 입원시키려고 몇 시간씩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7월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현장의 어려움을 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에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체계를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31일 경찰 내부망에 “정신질환자 입원과 같은 사회적 문제 앞에서 출동한 현장 경찰만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있다”며 경찰 만이 아닌 구조적인 해결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에 경찰청은 정신질환자 입원 문제와 관련해 타 부처와 협력해야 할 사안 등을 검토 중이다.

경찰이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을 처리한 전국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경기북부경찰청 내부 통계로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강성호 경기북부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올해 1∼7월 관할 지역 내에서 292건의 응급입원 조처가 있었는데, 한달 평균 41.7건꼴”이라며 “야간 응급입원 평균 소요시간은 3시간17분에 달하는 등 지역 경찰에서 가장 처리하기 힘든 업무”라고 말했다. 이런 수요에 경기북부청은 지난달 10일 저녁 7시∼아침 7시 야간 응급입원 업무를 전담하는 ‘보호조치팀’을 신설했지만, 이 팀도 병원 수소문 등 업무에 그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질환 응급의료체계에 적극 투자해야한다고 주문한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일본, 대만 등 외국은 지자체가 병원에 정신응급병상을 지정해놓고, 신체·정신질환을 평가한 뒤 응급입원 절차를 진행한다. 경찰은 정해진 병원으로 이송만 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의 응급 병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권준수 서울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다른 응급상황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병실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정신응급은 아직 불가능하다”며 “경찰이 일일이 병원에 자리가 있냐고 전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24시간 대기하는 ‘정신응급팀’을 둔 권역별 정신응급의료센터가 4곳 운영 중이다. 올해 안에 8곳, 2025년까지 14곳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19 대응 업무 등에 의료 자원이 쏠리면서 현재 4곳만 선정돼 운영되고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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