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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 “폭우에 고춧가루 다 버렸어”…추석 대목에 신음하는 상인들

등록 2022-08-25 05:00수정 2022-08-26 02:45

폭우 피해 복구, 고물가에 신음하는 상인들
“200만원 지원으론 턱도 없어”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방앗간은 수해 복구로 분주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평소와 같이 운영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방앗간은 수해 복구로 분주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평소와 같이 운영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만난 분식집 사장 이아무개(59)씨는 한손으로 떡볶이를 휘저으며 하늘을 쳐다봤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가슴이 철렁하죠. 또 다시 잠길까 봐.”

지난 8일 밤 이씨의 가게는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찼다. 초토화된 가게를 겨우 복구해 23일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그는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깜짝깜짝 놀란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24~25일 <한겨레>는 지난 8일 밤 물폭탄이 휩쓸고 간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과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찾았다. 상인들은 폭우 피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상인들 얼굴에는 여전히 그림자가 드리웠다.

폭우 피해 뒤 2주가 지났지만,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점포들이 많았다. 남성사계시장 박재균(38)씨의 순댓국집은 내부 정리를 마무리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던 참이었다. 박씨는 “손님을 받지 못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출이 배 이상 나오는 추석 대목에는 장사를 해야 하니 복구를 서두르고 있지만, 추석 전에 영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열 남성사계시장 상인회장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상인들이 폭우 이후 조금의 비에도 매우 놀라며 걱정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비가 와 하수구에 물이 조금 차오르자 놀란 상인들이 뛰어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리 확보한 물건은 못 쓰게 됐고, 다시 물건을 확보하려니 고물가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임영업 관악신사시장 상인회장은 “상추가 장마와 폭염에 취약하다. 상추 한 상자에 3만~4만원 하던 게 지금 7만~8만원 달라고 한다. 오이, 수박, 열무 등 안 오른 게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홍순복(66)씨는 “수해 때문에 가지고 있던 고춧가루, 깨 등을 모두 버렸다. 추석 앞두고 새로 물건을 구해야 하는데, 물건 가격들이 대부분 20∼30%가량 올라버린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약재와 잡곡을 파는 한경수(63)씨도 “재고로 쌓아뒀던 물건이 모두 젖어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 수천만원어치다. 재고가 전혀 없어 이번 추석은 제대로 장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한 순댓국집은 아직도 피해 복구 중이었다. 고병찬 기자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한 순댓국집은 아직도 피해 복구 중이었다. 고병찬 기자
임 상인회장은 “수해 복구하느라 가게당 수백만원이 들었는데 손님들도 수해를 당해 장을 보러 못 온다. 여기에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다. 추석이 코앞인데 이중고가 아니라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코로나로 3년 가까이 빚을 지면서 버텨왔는데 수해 때문에 기계를 새로 장만하고, 재고 비용을 치르느라 또다시 빚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육성과는 지난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시장을 총 70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까지 피해복구가 완료되지 못한 곳은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남성사계시장,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 네곳으로 남성사계시장은 정상영업이 가능할 정도로 복구된 점포가 약 70% 수준이다.

상인들은 많게는 수천만원의 피해를 봤는데 정부 지원은 재해구호기금 200만원뿐이라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경수씨는 “동작구청에서 20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데 그것도 지급까지 한달 이상 걸린다고 한다”고 했다. 이재열 남성사계시장 상인회장은 “추석이 내일모레인데, 상인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윤우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육성과 과장은 “추석 전까지 정상 영업할 수 있도록 전기시설 복구비를 점포당 250만원 한도로 절차를 간소화해 지급하고, 시장당 1000만원씩 청소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 한 횟집에 ‘쇼케이스’가 고장나있다. 이곳 사장 박용성(56)씨는 ‘쇼케이스’를 새로 구입하려면 250∼3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수지 기자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 한 횟집에 ‘쇼케이스’가 고장나있다. 이곳 사장 박용성(56)씨는 ‘쇼케이스’를 새로 구입하려면 250∼3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수지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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