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치킨이 나오고 노동강도가 따블이 아니라 따따블로 늘어난 것 같아요.”
홈플러스 강동점 조리매장에서 13년째 조리 노동자로 일하는 ㄱ씨는 지난 6월30일 ‘당당치킨’ 출시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겨레>에 토로했다. ㄱ씨는 “평소 같으면 평일 기준 하루에 치킨이 50마리 정도 나갔을 텐데, 지금은 당당치킨만 하루 110마리 넘게 튀기고 있다. 인력은 그대론데, 일은 두 배 이상 늘어나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이 6990원이라는 낮은 가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홈플러스 조리 노동자들은 급격히 늘어난 업무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6990원이라는 싼 가격은 쉴 새 없이 일하는 조리 노동자들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며 회사 쪽에 인력충원을 요구 중이다.
22일 오후 1시께 서울 마포구 한 홈플러스 매장에 당당치킨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고병찬 기자
지난 6월30일 한 마리 6990원이라는가격에 출시된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2만원대의 프랜차이즈 치킨과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실제로 홈플러스일반노조가 최근 전국 7개 매장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 22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당당치킨 출시 이후 조리 노동자들은 평균 45분 일찍 출근하고, 퇴근 시간은 불규칙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이 거의 보장되지 못한다고 답변한 노동자도 대부분이었다.
류근림 홈플러스일반노조 사무국장은 “노조가 지난 1∼14일 전국 7개 점포의 치킨 매출을 조사해보니 전년 대비 73%∼189%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무량도 급격히 늘었는데 각 매장당 조리 노동자의 수는 현재인원(5∼8명)에서 더 늘지 않았다. 기존 인력들을 착취했기에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구조인 것”이라고 했다.
ㄱ씨는 “당당치킨 출시 이후 기존 업무에 당당치킨을 튀겨야 하는 업무가 추가됐다. 게다가 한정판매되는 당당치킨을 사지 못한 고객들이 다른 제품을 대신해 사가는 통에 다른 제품까지 판매량도 대폭 증가했다”며 “그런데도 인력은 이전과 동일하니, 동료들이 매일 한 시간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등 업무 시간을 늘려야만 했다”고 했다.
홈플러스 부산 반여점에서 3년째 조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아무개(46)씨 역시 “당당치킨 출시 이후 한 달 넘게 1시간이 보장되는 점심시간을 30분 이상 가져본 적이 없고, 30분의 유급 휴게시간에도 쉴 수가 없었다. 심지어 너무 바쁜 날엔 잠깐 짬을 내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때도 있었다”고 했다.
22일 오후 1시께 서울 마포구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당당치킨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하루 네 차례에 걸쳐 치킨 90마리를 판매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노조는 충분한 인력확충을 회사 쪽에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17일 공문을 통해 △조기출근과 연장 강요 중단 및 정시출퇴근 권장 △식사시간 및 유급 휴게시간 보장 등 충분한 휴식 보장 △휴일 출근 강요 중단 및 휴일 보장 등을 요구했다.
주재현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노조가 공문을 보낸 후 사쪽에서는 요구사항을 지키겠다고 회신했지만, 구체적인 인력확충 계획을 밝혀진 않았다”며 “고객들도 노동자들이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면서 만든 상품을 구매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합리적인 노동조건에서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고객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한겨레>에 “현장 여건에 따라 점포당 적정 생산량을 정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같으면 한산했을 평일 오후 1시 인데도 22일 서울 마포구 한 홈플러스 매장엔 15명가량이 당당치킨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고병찬 기자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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