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발달이 느리다 걱정되면, 전문가를 찾아보시길 권해요. 발달 문제에는 골든타임이 있어서요. 만 5살 정도까지 또래의 발달을 따라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18일 육아 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이 초대한 김효원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 정신건강의학과)는 ‘발달’ 느린 아이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이날 인터뷰엔 독자들이 궁금해했던 내용을 대신 묻고, 담았다. 영·유아 시기 언어발달을 비롯해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관심을 끈 자폐 스펙트럼,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사춘기 관련 정보를 기사로 요약해 전한다.
<육퇴한 밤>에서 만난 김효원 교수
1. 말 느린 아이,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까요?
“첫째, 비언어적인 방법으로도 의사소통을 못 하는 경우입니다. 아기가 말은 좀 늦지만 눈을 맞추거나, 쳐다보고 웃거나, 좋아하는 물건을 가리키거나 가져오는 등 눈 맞춤·표정·몸짓으로 생각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면 말을 잘하지 못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의심해 봐야 합니다. 아기가 아직 정확한 단어를 소리 내지 못하지만 ‘밖에 가자’고 하면 문 앞으로 나서 신발을 가리키고, 기저귀를 갈고 나서 ‘버리고 와’하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는 등 어른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돌 지난 아기가 ‘우유', ‘맘마', ‘안 돼!'와 같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가가 필요합니다.
셋째, 말이 늦은 것이 아기의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줄 때 언어 검사가 필요합니다. 돌이 지나고 자기 생각이 분명해졌는데, 언어발달이 늦어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기는 위축되거나 짜증을 많이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넷째, 24개월까지 ‘엄마’, ‘아빠’와 같은 단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36개월까지 “밥줘”, “물줘”와 같은 말을 하지 못할 때 전문가를 찾아 언어 평가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2. 온라인에 ‘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정보가 다양합니다 . 아이가 눈 맞춤이 잘 안 되고, 호명 반응이 느리면 무조건 병원을 가보는 게 맞을까요?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특정 행동을 반복하고, 남의 말을 따라 하고, 장난감을 일렬로 줄 세우고, 낯선 곳을 어려워하죠. 눈 맞춤을 잘하지 못하고, 표정이 다양하지 않은 우영우의 모습도 자폐인 행동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아이마다 증상이 매우 다릅니다. 실제로 아이의 자폐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경우는 ‘아이와 상호작용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입니다. 눈 맞춤이 되지 않고,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지 않고, 관심사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24개월까지 ‘엄마’, ‘아빠’ 같은 말을 하지 못할 경우에도 병원에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는데요. 빠른 진단과 빠른 치료가 자폐 스펙트럼 아이의 예후에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육퇴한 밤>에서 만난 김효원 교수
3.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흔하고, 잘 낫는 병?
“전두엽 성장의 미숙으로 나타나는 에이디에이치디(ADHD)는 뇌 성장이 늦어서 생기는 증상이에요. 늦다는 건, 언젠가 따라잡는다는 얘기죠. 다만 그사이에 치료를 안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요. 뇌가 성장하기 전 주의력이 떨어져 아이가 학습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거나 선생님들이 지적하거나 혹은 부모님이 뭘 시켰는데 잘하지 못하니까 혼을 내게 돼 부모님과 관계가 나빠질 수 있어요. 또래 관계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친구들과 대화를 어려워하고 또래 관계에서 소외됩니다. 약에 대한 정보가 많아 걱정 많으신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약의 부작용은 굉장히 눈에 잘 띕니다. 대부분 투약을 중단하면 부작용이 바로 사라집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잘 조절되고요, 장기간 먹어도 안전합니다. 좋아질 수 있는 병입니다.”
4. 사춘기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
“자녀의 ‘사춘기’ 시기에 부모님은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사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삶이 너무 힘들어요. 마음 안에서 복잡한 감정들이 일어나고, 아이들의 뇌도 혼란스러워요. 아이들이 머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사춘기 시기에) 공부는 또 아주 많이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때예요. 부모한테 ‘뭐! 어쩌라고!’ 소리 지르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도 흔들리지 않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세요. ‘네가 힘들었구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견뎌주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거든요.”
그 밖에도 많은 양육자가 걱정하는 자녀의 미디어 중독, 코로나 이후 학교 생활, 사춘기 시기 대화법 등까지 소아정신과 의사의 조언을 들어봤다. 자세한 내용은 <육퇴한 밤> 인터뷰 영상에 담았다. 앞서 <육퇴한 밤>이 초대한 김 교수는 아이 키울 때, 내려놔야 할 3가지를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이가 기대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어 공부는 못해도 착할 줄 알았는데, 착하지도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아이가 착하지는 않아도 건강할 줄 알았는데 건강하지도 않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해 육아 고난기를 지나는 양육자들의 공감을 샀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Q. 육퇴한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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