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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기씨의 반지하 집엔 선풍기·제습기 24시간 돌아간다

등록 2022-08-18 05:00수정 2022-08-19 15:56

2022, 반지하에서 산다: 당장의 환경 개선할 방안
제습기·환풍기 설치, 전지료 지원
장기적으론 최저주거기준 개편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상황실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상황실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울 성북구 삼선동 유현기(가명·70)씨의 반지하 집에서 24시간 돌아가는 것은 형광등과 선풍기다. 주방 쪽으로 난 창문 하나가 반쯤 지상을 비추지만, 앞 건물과 채 1m도 떨어져 있지 않아 볕이 들지 않는다. 습기와 냄새를 조금이나마 누그러트리려 선풍기를 쉼없이 돌려야 한다. 빨래를 말릴 때, 음식 냄새를 빼야 할 때마다 선풍기 위치를 바꾼다. “곰팡이 냄새 안 나나요?” 깔끔한 성격인 유씨는 1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며 수시로 물었다.

17일 한국도시연구소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는 지옥고(지하·옥탑·고시원) 실태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현재 거처의 물리적 상태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지하 가구의 비율은 40.2%였다. 세부 항목별로는 △채광(69.2%) △환기(53.3%) △방수(50.5%) △위생(38.2%) 등을 불만족 이유로 꼽았다. 곰팡이가 생겨 악취가 나는 등 신체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박신애(가명·63)씨는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식초를 섞은 물을 분무기에 담아 뿌리지만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 가구의 환경을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제습기·환풍기 지원과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거지원 단체들은 설명한다. 김선미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공동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여름철 전기요금이나 겨울철 연료비가 부담이 돼 (제습기·환풍기를 설치하더라도) 공과금 지원이 있어야 습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주거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주거생활을 담은 지표인데, 주거면적, 부엌·화장실 등 필수 설비 기준, 안전성 등을 포함한다.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저주거기준의 내용과 개선과제’ 보고서는 최저주거기준에서 “적절한 방음·채광·환기 등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8년 ‘2차 장기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계획’에서 최저주거기준을 개편하고 더 높은 주거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개념인 ‘유도주거기준’(국민의 주거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지표)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최근 폭우로 반지하 집에서 4명이 숨지자 국토부는 반지하 주거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재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매뉴얼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반지하에 대한 실태조사는 상세하게 이뤄진 적이 없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침수나 화재 등 각각의 상황에 맞춰 재난대응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상일 동의대 교수(소방방재행정학)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기초자치단체장이 대피명령등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면 미리 지방자치단체장이 경보를 보내고, 대피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서혜미 방준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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