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전력을 들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며 중국인의 귀화 허가를 취소한 법무부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교통사고를 낸 전력을 들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며 중국인의 귀화 허가를 취소한 법무부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중국 국적의 ㄱ씨가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적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2013년 한국에 입국한 ㄱ씨는 2020년 8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부터 “귀화 신청이 허가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이 메시지에는 “귀화 허가를 받은 사람은 법무부 장관 앞에서 국민선서를 하고 국적증서를 수여받은 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며 “1~2개월 내로 출입국·외국인관서에서 국적증서 수여식에 대한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ㄱ씨는 이 메시지를 받기 한 달 전인 2020년 7월 시내버스를 운행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고, 이 일로 같은해 9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법무부는 같은해 11월 국적법상 ‘품행 단정의 요건’을 언급하며 ㄱ씨에게 귀화 불허가를 통지했다. 교통사고로 약식명령을 받아 품행이 단정하지 않으니 앞서 귀화를 허가한 건 무효라는 것이다. ㄱ씨는 불허가 통지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법무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낸 교통사고가 귀화를 취소할 만한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고, 법무부가 불허가 통지를 하면서 ㄱ씨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아 절차적 위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 앞에서 국민선서를 하고 귀화증서를 받은 때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는 국적법 조항을 토대로, 문자메시지 방식은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적법한 통지 방식이 아니라 정식 귀화 허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해당 메시지는 주체나 내용, 절차와 형식을 모두 갖췄다”면서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적 업무처리지침에는 귀화 허가 통지를 ‘우편 등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카카오톡 메시지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판단이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