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이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집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맞불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6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한 보수단체의 방송차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전·현직 대통령 자택 앞에서 확성기 등을 사용해 과도한 소음을 내는 집회는 일반 시민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생활 불편을 초래하므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집회를 빙자한 일종의 폭력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금지와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논란을 통해 본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이장희 창원대 교수(법학과)는 이날 토론회에서 “육성이 아닌 확성기 등 기계장치로 인한 과도한 소음은 ‘소음 폭력’에 해당하므로 시행령을 통해 규제될 필요가 있다” 말했다. 이 교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고의적 소음 공격은 정당한 집회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평산마을의 경우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그는 “과도한 집회 소음이 예상된다고 해서 사전에 집회를 차단하는 방법은 분명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생활환경 전반의 소음기준은 그대로 둔 채, 집회 소음기준만 강화한다면, 집회의 자유만을 특별히 더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규제 일변도로 집회 소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문화 형성을 지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른 나라의 소음 기준도 소개됐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형법에서 일정한 경우의 소음 유발행위를 범죄화해 벌금과 구류 등 형사처벌을 한다”고 소개했다. 소음이 발생하는 집회·시위는 더 특화해서 대응한다는 것이다. 특히 뉴욕시는 특정 소음을 내거나 소음이 장기화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도로 등에서 공공전기를 사용할 때 관할 행정관청과 별도 협의를 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확성기나 소리증폭기가 차량에 탑재돼 있는 경우, 그 운전자의 운전면허증을 몰수하는 행정명령을 병과하는 것도 가능하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소음을 환경오염과 같은 것으로 간주해 지역별 소음 수준을 세분화해 규정하기도 한다. 특히 야간 집회 중 발생한 소음은 제한의 정도를 높여 일반 시민의 수면권, 휴식권, 사생활보호권과 같은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도록 한다. 성 교수는 “집회‧시위 과정에서 소음 규정의 ‘시간별·장소별 세분화’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평화로운 집회·시위권을 보장하면서도 일반 시민의 사생활 평온과 휴식권 등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처하는 것이 헌법상 비례원칙에 부합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과도한 소음은 특별히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소음 문제를 줄일 실효성이 부족할뿐더러, 오히려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장희 교수는 “집회·시위를 빙자한 폭력 행위는 분명 잘못됐지만, 그런 개별적 사안을 일반화시켜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법 개정은 신중하고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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