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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6년 하세월’에 ‘포스코 불법파견’ 당사자는 정년 넘겼다

등록 2022-08-01 16:36수정 2022-08-02 02:47

포스코 불법파견 소송, 대법원서만 6년간 심리
지난해 12월30일 선고기일 당일 아침에 연기도
11년 진행된 소송에 정년 지나자 소송 ‘각하’
양동운 전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이 대법원의 선고 촉구 1인 시위를 했던 모습. 양 전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대법원이 수년째 판결을 하지 않자 약 3년간 1인 시위를 했다. 양 전 지부장 제공
양동운 전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이 대법원의 선고 촉구 1인 시위를 했던 모습. 양 전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대법원이 수년째 판결을 하지 않자 약 3년간 1인 시위를 했다. 양 전 지부장 제공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라며 포스코와 다퉈온 소송에서 무려 11년 만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소송이 10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정년이 지나버린 노동자들에게 대법원이 ‘각하’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노동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지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운반 작업 등에 종사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59명 가운데 55명의 원고를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양동운 전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을 포함한 4명의 청구를 각하했다.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였다.

포스코 노동자는 만 60살이 되는 해 말일에 퇴직하게 된다. 이 규정에 따르면, 1961년생인 양 전 지회장의 정년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였다. 결과적으로 승소하더라도 포스코 쪽에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받을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양 전 지회장 말고 3명도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9년(1명)과 2021년(2명), 각각 정년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같은 각하 판결을 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 뒤 구자겸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대법원 선고가 너무 늦어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없는 양동운 동지 등을 생각하면 서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미안하고 고맙다”며 울먹였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확정 판결 뒤 소가 각하된 양동운 전 지회장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확정 판결 뒤 소가 각하된 양동운 전 지회장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포스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무려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안에서 크레인 운반작업 등을 했던 양 전 지회장 등 15명은 2011년 5월 ‘포스코 노동자임을 인정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속만 하청업체로 돼 있지, 포스코가 이들을 2년 넘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고 인사에도 관여하는 등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1심 패소 뒤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포스코의 상고로 2016년 9월 상고심에 접어들었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지회장 등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6년이나 묵혀 있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 통상 법원의 ‘장기 미제사건’의 기준이 2년6개월인데, 그 두배 넘게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법원은 당초 지난해 12월30일 이 사건의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당일 오전에 선고 연기를 통보한 바 있다. 예정대로 선고를 했다면, 지난해 말일(12월31일) 정년에 이른 원고 3명은 승소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맡았던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대법원에서 심리가 장기화하는 동안 일부 원고들의 정년이 지났다. 대법원이 재판 장기화로 인한 원고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해주길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양 전 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같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원청과 하청은 작업복도, 안전모 색깔도 달랐다. 그런 차별을 20년 넘게 겪었는데, 이제야 승소하게 돼 반갑다. 그런데 정작 내 사건은 정년 도과로 각하라니 아쉽긴 아쉽다”고 복잡한 마음을 밝혔다. 양 전 지회장 등 각하 판결을 받은 4명은 포스코의 직접 고용 노동자로 인정받은 동료 55명과 함께 ‘포스코 노동자로서 받지 못한 임금(차액)을 달라’는 취지의 임금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포스코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 만큼, 임금청구소송에서도 승소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는 “노동사건은 노동자 다수가 원고인단이 되는 경우가 많아 소송이 장기화하면, 그 가운데 일부는 정년을 넘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지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소송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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