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서훈 전 국정원장이 최근 귀국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동료 16명을 살해한 북한 선원 2명을 북송하는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중간 결론을 내린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마친 뒤 서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최근 서 전 원장이 미국에서 입국한 사실을 법무부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원장은 지난 6월 출국해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었다. 국정원은 지난달 6일 북한 어민들에 대한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킨 혐의(직권남용)로 서 전 원장을 고발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던 김연철 전 장관도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가 지난달 26일 귀국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이들이 도피성 출국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두 사람 모두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에 당초 밝힌 대로 미국 일정을 마치고 자진 귀국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이 입국하면 통보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고, 출입국 업무를 하는 법무부는 이를 승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강제 북송’을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서 전 원장 등은 당시 출입국관리법 등을 근거로 이들을 북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북한 주민을 외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면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강제 퇴거시킬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에게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검찰은 또 귀순 목적과 그 경위를 종합하면 ‘귀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 판단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설령 북한에서의 살인죄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귀순했더라도, 귀순의향서 등을 통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근거로 내세운 판례 등을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에 의한 북한 주민 집단살해’를 국내에서 재판에 넘긴 전례가 없었던 데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극소수에 불과한 기존 법원 판단을 확대해석해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말 국정원 직원과 해군 관계자 등을 연이어 불러 합동조사가 조기 종료된 경위와 북한 선원 나포 당시 상황 등을 확인했다.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이 북송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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