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6월 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지금은 사라진 경남 통영 신아조선에서 용접을 시작한 유최안씨는 22년 경력의 조선소 용접노동자이다.
대우조선 하청업체인 태성기업에는 2014년 1월에 입사했다. 유씨는 당시 세금을 공제한 뒤 월급으로 약 4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밤 9시30분까지 잔업을 하고 주말은 특근으로 반납한 뒤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 돈으로 4인 가족이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런데 2022년 현재 그의 한 달 수입은 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조선업 위기 속에 삭감된 상여금과 수당, 복지혜택 등 임금은 조선업이 살아나며 수주량이 호황을 이루는 중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 1월 25일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시 본사에서한 숙련용접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소조립에서 시작해 대조립, MEGA PE장까지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온 그는 최고 숙련도를 갖춘 용접공들이 일한다는 탑재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과거 탑재에서 일하면 최고의 용접공으로 인정받아 대우도 좋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다. 그 결과 조선소에서 기술자들이 떠나갔다.
삭감된 임금 30%를 제자리로 돌려놓자고, 노동조합을 인정해 임단협을 체결하자고 그가 속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사쪽에 요구했다. 그래야 노동자들도 살고, 조선소에도 일할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겠냐며 파업권을 획득한 뒤에도 1년간 쟁의 없이 대화를 이어갔지만 진전은 없었다.
오전 대우조선해양의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3월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 금속노조 조선하청노조지부 조합원들이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임금 인상 등 노동 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회는 6월 2일 총파업 결의대회 시작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조선소 안에 투쟁거점을 마련했지만 원·하청업체와 물리적인 충돌이 불거지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지난 21일 유최안 부지회장을 비롯한 노동자 7명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
화물창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6명은 운반선 탱크탑 스트링거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고, 178㎝ 키의 유최안 부지회장은 가로·세로·높이 1m의 철장을 스스로 용접해 옥쇄투쟁을 시작했다.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대우조선이 파업을 깨려고 하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스스로 감옥에 들어왔다”고 유최안 부지부장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만약 회사나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한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투쟁은 하청노동자 모두가 살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촬영된 사진 속 그는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직접 쓴 손팻말을 철장 틈새로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이런 노동자를 방치하지 말라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노나메기재단 등 시민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성 중인 유 지회장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그가 옥쇄투쟁 중인 철장과 같은 크기의 모형틀도 현장에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하청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고 조선업 수주가 호황을 맞은 시점에서도 하청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우조선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정부를 향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생존권 및 노동권 보장 촉구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1㎥ 철장에 갇힌 조선하청노동자를 방치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생존권 및 노동권 보장 촉구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1㎥ 철장에 갇힌 조선하청노동자를 방치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점거한 화물창 내부 모습. 유 부지회장 외 노동자 6명이 10m 높이의 가운데 선반에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점거한 화물창 내부 모습. 빨간 원 안에 유최한 부지회장이 스스로 만든 구조물에 갇혀있고, 나머지 6명은 10m 높이의 가운데 선반에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지난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