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과 소방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법원 근처 변호사 사무실이 모인 건물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테러행위를 향한 강력한 규탄과 함께 변호사들의 안전을 담보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9일 성명을 내어 “방화사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의뢰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를 향한 부당한 감정적 적대행위와 물리적 공격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잡기를 강력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구소방본부와 대구경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구지법 근처 수성구 범어동 건물에서 불이 나 방화 용의자 1명과 사무실 직원 5명, 변호사 1명 등 모두 7명이 숨졌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용의자가 소송 상대방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보복성 방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법치주의는 사적 보복이 횡행할 수 있는 야만을 극복하고, 누구나 자신의 기본권과 법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제도적 대안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럼에도 소송 결과에 앙심과 원한을 품은 나머지, 자신의 역할과 직무에 충실하여 최선을 다한 상대방 변호사를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야만행위”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변호사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즉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소식을 접한 서울의 한 변호사는 “뉴스를 보고 두려움과 무서움, 씁쓸함, 참담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사적 복수를 막기 위해 재판 제도가 있는 것이고, 법적으로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당사자 대신 대리인이 나서 싸우는 것”이라며 “이번 참극은 재판 제도와 법치주의 존제 자체를 훼손한 것이다. 의뢰인을 위해 열심히 변론한 변호인이 무슨 잘못이 있고, 옆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무슨 죄가 있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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