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7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 단체가 ‘사찰 노예’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연서 기자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30여년 간 착취하고, 명의를 도용해 부동산 거래를 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찰 승려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병훈 부장판사는 8일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동산 실명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승려 최아무개(7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찰 노예’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지난 1985년부터 32년간 거주하다 탈출한 지적장애인 ㄱ씨가 ‘주지 승려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 노동착취, 명의도용 등을 당했다’고 밝히며 공론화됐다. ㄱ씨는 하루 평균 13시간을 일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ㄱ씨의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를 산 뒤 되팔아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뇌 수술비, 치아 임플란트 비용을 제공했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30여년 간 노동을 착취한 사실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최씨가 피해자의 노후 대책을 위해 아파트를 증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피고인은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를 취득했고, 은행 계좌를 여러개 개설해 이용했다. 그럼에도 자식처럼 생각해 (ㄱ씨의)노후대책을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기 급급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최씨가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를 자백한 점, 피해자의 의료비를 지원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
한편, 최씨는 ㄱ씨가 작업을 빨리 하지 않는다며 폭행한 혐의로 지난 2019년 벌금형 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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