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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훅 들이닥친 격한 두통, 혹시 ‘나도 뇌출혈’ 아닐까

등록 2022-05-28 09:14수정 2022-05-28 14:37

[한겨레S] 전홍진의 예민과 둔감 : 불안과 두통

경미한 ‘뇌동맥류’ 50대 영진씨
어머니 뇌출혈 뒤 본인도 철렁
스트레스 탓 생긴 긴장성 두통
신체 문제가 정신에 영향 끼쳐
두통, 스트레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두통, 스트레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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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씨는 50살 남성으로 회사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랫배가 볼록 나와 드라마 같은 곳에서 흔한 중년 남성의 전형 같은 모습입니다. 젊을 때부터 술, 담배를 좋아해서 40대 초반부터 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생겨 약을 먹으며 현재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영진씨가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머릿속에 ‘뇌동맥류’가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영진씨는 뇌동맥류가 뇌혈관이 약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뇌동맥류는 뇌 속의 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꽈리가 생긴 상태로, 뇌출혈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입니다. 지속적으로 높은 압력이 가해지면서 혈관 벽이 손상되어 탄력이 감소하고 부풀어 올라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 몸 망가진다는’ 불안 엄습

얼마 지나지 않아 영진씨는 급한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져서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으로 병원에 가보니 어머니는 영진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웅얼거리면서 누워 있었습니다. 영진씨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담당 의사는 어머니가 뇌출혈인데 수술은 필요하지 않으니 입원해서 며칠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얼마 안 있어 의식을 회복하고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진씨는 어머니가 다시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뇌동맥류가 터지지 않을까 심각하게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진씨는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하고 결과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결과를 듣기 한달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밤에는 심한 두통이 발생해 의식을 잃고 문 앞에 쓰러지는 꿈을 꾸면서 깨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긴장이 계속되며 혈압도 올라가고 당도 조절이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혈압약도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복용해야 겨우 조절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무기력하고 집중이 잘되지 않았고 식욕도 떨어졌습니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절망감이 지속되면서 이렇게 고통스럽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갑자기 두통이 오면 걱정이 되어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영진씨는 머릿속에 있는 ‘뇌동맥류’를 인근 대학병원 신경외과에서 꾸준히 진료받고 있는데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상 크기에 변화가 없었고 크기도 작은 편이었습니다. 영진씨를 괴롭히는 것은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뒤부터 영진씨에게 생긴 두통이었습니다. 불안이 몰려올 때마다 두통이 발생하고 멍해지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증과 불안, 우울증으로 영진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서 발생하는 두통은 ‘긴장성 두통’으로 두개골 밖 머리의 두피에 분포하는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하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두피 근육이 긴장해 통증이 생기는 것이지요. 두개골 내 머릿속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머리에 띠를 두른 듯 둔하고 지속적으로 압박감, 조이는 느낌, 또는 머리나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편두통은 맥박처럼 뛰는 통증이 지속되는 것으로 뇌혈관이 수축·이완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뇌출혈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두통은 두개골 내 압력 상승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구토, 실신, 경련, 의식소실, 언어장애,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통증이 더 극심하게 나타납니다.

영진씨의 두통은 긴장성 두통으로 진단되었고 뇌출혈의 전조증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울증에 동반된 불안과 긴장으로 혈압이 올라가고, 당이 불안정해졌으며, 식사가 불규칙해져 고지혈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뇌출혈에 대한 걱정은 많았지만 이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대한 관리는 오히려 잘되지 않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영진씨를 담당하는 내과 선생님과 상의해서 영진씨가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영진씨 어머니의 뇌출혈은 ‘경막하 출혈’(SDH)로 밝혀졌습니다. 경막하 출혈은 뇌를 싸고 있는 뇌경막 아래쪽으로 출혈이 되어 고인 것을 말합니다. 자기공명영상 사진을 보면 뇌에 반달 모양으로 혈액이 고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막하 출혈도 뇌 내 압력을 높여서 위험한 응급 상황입니다. 주로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치는 경우나 교통사고에서 흔히 생기는 외상성 뇌출혈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영진씨 뇌의 뇌동맥류가 터져서 출혈이 일어난다면 뇌의 내부에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머니의 뇌출혈과 영진씨의 경우는 병의 발생 원인이 서로 다릅니다.

뇌혈관 문제가 우울증 악화로

담당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자 영진씨는 이전보다 마음이 편해졌고 두통이 오더라도 걱정을 덜 하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을 잘 치료하고, 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잘 관리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영진씨의 몸 상태는 이전으로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도 점차 회복되어 이제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게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은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내과 의원의 처방에 따라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데 뇌혈관의 문제는 뇌 내 혈액 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뇌출혈뿐만이 아니라 우울증의 재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영진씨에게 설명했습니다. 중년이 되면 신체 건강 문제가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전홍진 |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썼습니다. 자세한 것은 전문의와의 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며, 이 글로 쉽게 자가 진단을 하거나 의학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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