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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단순파업 업무방해’…2022 헌재, 2011 대법원 눈치 보다

등록 2022-05-27 15:29수정 2022-08-18 15:11

[뉴스AS]
‘단순파업도 업무방해죄’라는 헌재 결정 왜 나왔나
헌법재판소.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헌법재판소.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22년의 헌법재판소는 2011년의 대법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전날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본 헌재 재판관 4명은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되뇌는 데 그쳤다. 이번 결정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눈치보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헌재는 26일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단순 파업을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자’로 처벌하는 형법 업무방해죄 조항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과반수가 위헌 의견을 냈지만 정족수 6명에 1명이 모자랐다. 업무방해죄 조항이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제한한다며 2012년 헌법소원을 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르지 않은 판단 결과를 10년 만에 받게 됐다.

헌재 재판관들은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해석을 두고 입장차가 확연하게 갈렸다. 대법원은 2011년 예기치 않은 파업(전격성)으로 경영상 막대한 손해(중대성)가 발생했을 때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대법원 판결을 합헌 결정의 가장 주된 논거로 삼았다. 합헌 의견 맨 앞에 이 판결을 내세운 뒤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해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 비판했다. 대법원 판례 논리에 따르면 파업 등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사후에 결정되는데, “법률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정당성 문제를 어떻게 명확하게 예측하고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이 내세운 기준에 대해서도 “어떤 경우 (단순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볼 수 있을지, 어느 범위까지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지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도 짚었다. ‘단순파업’을 할 때에도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명시한 요건에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가 단체행동권 행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어 위헌이라는 게 5명 재판관 주장의 골자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극복한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헌재가 자신들의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넘어서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까 봐 대응 문건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을 보면, 대법원은 “헌재가 집단적 근로 제공 거부를 업무방해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 파업을 원칙적 합법화하는 것으로 사회적 주목도·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파업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대응 논리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대응 방안까지 제시했다. ‘최고 법원’ 지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헌재가 진보적인 결정을 내려 존재감을 키울까 촉각을 곤두세운 셈인데, 정작 헌재는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을 합헌의 가장 앞선 근거로 삼는 것은, 독립된 헌법 재판 기관인 헌재 재판관들의 직무유기”라며 “다양성 없이 법관으로만 구성된 재판관들이 ‘친정’ 눈치보기를 한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헌재 재판관 9명이 모두 교체돼 당분간 업무방해죄에 대한 헌재 결정이 바뀌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도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 가운데 3명은 당시 야당(이종석·이영진)이 추천하거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선애)이 지명한 이들이고,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5명 가운데 4명은 문재인 전 대통령(유남석·문형배·이미선)이 지명하거나 당시 여당(김기영)이 추천한 이들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둘(이석태·이은애)은 각각 다른 판단을 했다. 이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모든 재판관이 바뀌기 때문에 보수적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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