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안에서 자살을 시도해 혼수상태에 빠진 한 여성 재소자가 입원해 있는 경기 안양시의 한 병원 중환자실 격리실을 22일 오후 한 여성 교도관(맨 왼쪽)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등이 보이는 이들은 김씨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 안양/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가석방 심사중”…가족에 거액 합의금 건네
교도관 징계위 회부…구치소쪽 “원인 조사중”
교도관 징계위 회부…구치소쪽 “원인 조사중”
출소를 넉 달 가량 앞둔 여성 재소자(35)가 구치소 안에서 자살을 기도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수감자는 그보다 보름 가량 전에 수감 중이던 교도소 상담실에서 한 남성 교도관에게 불려가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치소 쪽은 “자살을 기도한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나, 해당 여성이 당한 성적 괴롭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여성 재소자는 지난해 2월 사기 혐의로 구속된 뒤 1년6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오후 4시40분께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수용실에서 접질린 발에 감겨 있던 붕대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 이 여성은 교도관이 발견해 15분 만에 이웃 안양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고, 22일 오후 현재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이 여성은 지난 2일 오후 2시께 구치소 상담실에서 가석방과 관련한 분류심사를 받던 중 한 남성 교도관(56)한테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 당시 상담실에는 이 남성 교도관과 여성 재소자 단 둘만이 있었다. 서울구치소 쪽은 해당 여성이 당한 성적 괴롭힘에 대해 “교도관이 여성 재소자가 수치심을 느낄 만한 질문을 했고, 여성을 위로해 주려고 손목을 잡으려고 했으나 여성은 이를 뿌리쳤다”며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상담이 끝난 뒤 3시간 뒤 이 여성 재소자가 자신을 담당하는 여성 교도관에게 사실을 알리며 항의해 드러났다. 그러나 구치소는 신고가 들어온 뒤 나흘이 지난 6일에야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7일엔 피해 여성 재소자의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이어 구치소 쪽은 찾아온 이 여성 재소자의 부모에게 가해 교도관을 소개시켰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가해 교도관은 재소자의 부모로부터 더는 사건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건넸다”고 밝혔다. 합의금 액수에 대해 구치소 쪽은 애초 “20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가 “1000여만원으로 안다”고 번복했다. 이 관계자는 “가해 교도관과 해당 여성의 부모 사이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교도관은 지난 16일 직위해제된 뒤 자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며, 이 여성은 혼수상태에 빠진 뒤인 지난 20일 형집행정지 상태가 됐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 조사 중이나, 일단 이 여성이 최근 가족 중 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치소가 제시한 이 편지는 출소한 뒤의 즐거운 미래를 기약하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자살을 기도할 만한 조짐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구치소에는 현재 200여명의 여성 재소자가 있으며, 이들의 교도소 배치와 가석방 여부 등을 결정하는 분류심사직에는 6명의 남성 교도관만 있을 뿐이다. 의왕 안양/김기성 유신재, 김규원 김태규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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