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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이준석 ‘장애인 탈시설 정책 비난’에 유족들 “사실 왜곡”

등록 2022-05-12 14:56수정 2022-05-12 22:59

이 대표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조선’ 기사 공유
언급된 장애인 유족 “시설 나와 ‘잘됐다’고 했다”
전장연 등 “사실관계 왜곡” 정정보도 요청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전장연이 꾸준히 이야기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밀어붙이려고 하는 탈시설 정책. 누구를 위하여 이것을 강행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조선일보>의 ‘넉달만에 욕창으로..脫(탈)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 온라인 기사를 공유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보도를 근거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탈시설 요구가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소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서 탈시설 때문에 숨졌다는 장애인 유족들은 보도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가족의 이야기가 탈시설과 탈시설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정당을 향한 비판 근거로 활용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한 상태다.

유족 “여행 가고, 어머니 고향도 갔는데…”

이준석 대표가 공유한 기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시행된 탈시설 시범사업에 따라 시설에서 나온 중증장애인 ㄱ씨와 ㄴ씨가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해 욕창으로 고생하다 숨졌다는 내용이다. ㄱ·ㄴ씨의 지인들의 발언이 담겼다. ‘60대 하지마비 장애인, 시설서 나와 넉달만에 욕창사망’, ‘사지마비 50대 장애인도 욕창 겪다 뇌졸중 사망’ 등의 부제가 달렸다.

하지만 숨진 장애인 유족들은 사인 등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기사에서 언급된 ‘사지마비’ 장애인 ㄴ씨의 형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보도에선 제삼자 말을 인용해 동생이 갑자기 욕창으로 고생하다가 갑자기 죽은 것으로 나오는데, 당시 동생이 전남에 살고 계셨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장시간 차에 앉아있다가 욕창이 잠깐 생겼었다. 이후 욕창은 잘 관리되고 있었고 실제 병원에서 설명한 동생의 공식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괜히 나왔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숨지기 전 2년 동안 (시설에서) 나와서 살 동안 활동지원사분들과 속초 여행도 같이 가보고, 어머니 고향도 가보고 ‘아주 잘됐다’고 평소 말했다. 왜 탈시설을 비판하는 보도에 동생의 이야기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에서 언급된 ‘하반신 마비’ 장애인 ㄱ씨의 유족 쪽도 사망 원인은 ‘욕창에 따른 패혈증’이 아니라 ‘패혈증’이라는 입장이다. ㄱ씨가 살던 장애인지원주택 쪽도 <한겨레>에 추후 ㄱ씨 유족으로부터 공식 의료 기록을 전달받아 정정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선일보 탈시설 왜곡 기사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선일보 탈시설 왜곡 기사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탈시설 사업 2009년 오세훈 시장 때 시작”

해당 기사는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2013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총 938명의 장애인을 시설에서 내보내는 탈시설 시범사업을 벌였다. (사망한 중증장애인) ㄱ씨의 시설 관리 법인에도 서울시가 내려보낸 관선 이사가 들어왔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와 좌파 만화가 박재동씨 등이었다. 이들이 ‘시설폐쇄’와 ‘탈(脫)시설’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가 생의 마지막 넉달을 보낸 곳은 시민단체가 서울시 지원금으로 임차한 방 2개짜리 14평 빌라였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서울시 중구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 때부터 시작됐고, ㄱ씨가 살던 주택도 시민단체가 ‘서울시 지원금으로 임차한 방’이라는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서울시의 탈시설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던 2009년 8월 서울시가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장애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를 최초 신설하겠다고 밝힌 이후 시작됐다”며 “ㄱ씨가 있던 곳은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시장애인지원주택으로 사회복지법인이 서울시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곳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의 주장이 전장연의 주장이며 이는 민주당의 정책이다’라는 주장은 매우 무리한 짜깁기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탈시설 논의 제대로 시작하고 해결책 고민할 때”

장애인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나가게 하는 탈시설 정책은 찬반이 입장이 팽팽하게 갈린다. 장애인들의 인권과 자기 결정권을 고려해 탈시설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과, 복지 인프라가 안 갖춰진 상태에서 탈시설이 장애인 가족들에게 돌봄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 맞선다.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이 탈시설을 명시하며 국제 사회에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탈시설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하는 인식을 정치권에서 강화해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애인 인권과 탈시설 정책에 관해 목소리를 내온 김남희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탈시설 정책을 두고 ‘뭔가 불편하면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게 당연한 명제인 것처럼 다루는 건 국제적으로 공감받고 인정된 탈시설 정책의 흐름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현재 우리나라 탈시설 정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거의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탈시설)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고, 탈시설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잘살아갈 수 있도록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 개인을 억압하고 시설에 가두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고착시키는 쪽으로 논쟁을 끌고 가면 (탈시설 정책은) 시작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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