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청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새겨 듣겠습니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 극한 대립은 없었다. 한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직후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민주당을 범죄자에 비유하며 “야반도주”라고 날을 세웠다. 사실상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는데, 정작 인사청문회에서는 한껏 몸을 낮춘 모습이었다. 그 사이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불거진 탓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정치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민주당 의원 등은 한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제출과 딸 허위 스펙 의혹, 부동산 편법 증여 의혹 등을 집중 검증했다. 한 후보자는 관련 의혹을 조목조목 답변하면서도 “명심하겠다” “경청하겠다” 등 답변도 빼놓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자녀 허위 스펙 의혹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 질의에 “나름대로 성실하게 제출하려 노력했다. 과거 법무부 장관들이 낸 기준에 맞춰서 준비를 했다”면서도 “(공정 등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명심하겠다”고 했다. ‘검사 임용 전 매수한 아파트가 편법 증여 받은 게 아니냐’는 같은 당 최기상 의원 질문에 대해서도 “25년 전이라 자료가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아 난항인데, 바로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신상 논란에는 한껏 몸을 낮췄지만,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서는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직후 미리 써 온 모두발언에서부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인해 국민이 보게 될 피해가 너무나 명확하다”고 말해 여야 간 거센 공방을 불렀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부터 ‘검수완박’이라는 용어를 굳이 쓰는 것은 싸우겠다는 뜻이냐. 여야 간 원내대표 합의까지 갔던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굳이 ‘검수완박’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개정된 법에서도 검찰 수사권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 민주당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완전 박탈’이란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이후에도 관련 질의 때마다 “위헌 소지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비판하며 한 후보자를 집중 엄호했다. 조수진 의원은 “검수완박법은 검찰청을 사실상 폐지한 것이나 다름 없다. 조선시대 연산군이 비리를 숨기려고 사헌부를 폐지한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 시절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하는 영상을 두 차례 연속으로 틀기도 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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