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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간첩 조작’ 그 검사, 2006년엔 ‘위법한 증거수집’ 했다

등록 2022-05-06 15:44수정 2022-05-07 02:30

공직기강비서관 내정된 이시원 전 검사
김태환 전 제주지사 선거법 사건 때
항의하는 비서관에 “검찰 조사” 압박
‘위법 증거 배제’ 대법원 판례까지 만들어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고 퇴직한 이시원 전 검사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돼 논란인 가운데, 이 내정자가 위법·강압적 압수수색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까지 만들게 한 당사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 검찰권 남용 사건 한복판에 있던 사람을 대통령실과 고위공직자 및 공공기관장 비위 등을 단속하는 자리에 임명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이 내정자는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김태환 제주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제주도청 압수수색 현장을 지휘한 검사였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김 전 지사는 1·2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을 거쳐 2009년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검찰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지적하며 사건을 파기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확인한 획기적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제주지검 검사였던 이 내정자는 2006년 4월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제주도청 정책특보 사무실을 수색했다. 그런데 법원이 허가한 압수수색 장소가 아닌 도지사 집무실에서 업무일지 등을 들고 나온 비서관과 이를 압수하려는 검찰수사관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시 이 내정자는 “들고 있는 서류를 압수하겠다”고 했지만 비서관이 거절하자, “그러면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고서 서류를 주겠느냐”며 압박했다. 이에 비서관은 하는 수 없이 들고 있던 서류들을 이 검사 등에게 내줬다. 그해 10월 검찰이 김 전 지사를 기소하기 하루 전 해당 비서관은 제주지검으로 불려가 압수물 목록을 옮겨 적었다. 당시 검찰이 작성해 둔 압수목록 교부일자는 ‘2006년’만 적힌채 날짜는 비어 있었고, 비서관이 뺏긴 압수물은 임의제출 받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이에 법원은 “이시원 검사가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고 서류를 주겠느냐’고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어쩔 수 없이 압수물을 제출하게 됐다. 적법한 압수영장에 의하지 않고 압수한 위법한 압수물”이라고 했다. 또 “압수 당시 검사나 수사관들이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압수목록도 5개월이 지나 작성교부 됐으며, 압수 경위가 사실대로 적혀있지 않고, 작성월일이 누락됐을 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압수절차를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손 대는 주요 사건마다 위법 논란을 부른 이 내정자를 두고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로 있을 때도 기본을 안 지킨 위법수사로 대법원 판례까지 만든 장본인이다. 몇 년 뒤에는 형량이 간첩죄와 같을 정도로 중죄인 간첩 조작 사건을 방조했다. 위법 수사를 쉽게 생각하고, 위법이 반복되는 사람이 어떻게 공직기강을 감찰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은 간첩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데, 간첩죄를 날조할 경우에도 동일한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6일 “이시원 전 검사는 조작 증거를 가지고 유씨와 여동생, 아버지까지 간첩으로 만들려 했으면서도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임명 철회와 이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도 “21세기 백주대낮에 벌어진 간첩 조작 사건에 관여한 검사를 대한민국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내정자가 단지 대통령 당선인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고위 공직에 임명했다면 이는 공정과 상식의 파괴이다. 이 전 검사의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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