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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쇳가루 미제분유’에 엄마들 ‘분통’ 터진다

등록 2006-02-22 14:39

17일부터 22일 오전까지 미드존슨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
17일부터 22일 오전까지 미드존슨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
식약청,“엔파밀 쇳가루 검출”…업체 무신경에 엄마들 ‘연대’
2월1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미드존슨(www.mead-johnson.co.kr)의 콜린 성분이 강화된 엔파밀 리필(Enfamil Lipil/유통기한 2007.3.1까지)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발표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검사 결과가 일주일째 나오지 않고 있고, 해당 업체인 미드존슨사는 “농림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안전성 문제를 해명하지 않은 채 소비자 피해 접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자체 리콜이나 회수, 피해신고 접수나 반품 및 환불 요청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데다 ‘쇳가루’ 검출에 대해 사과 또는 시정 약속은커녕 “인체에 무해하다”, “철분 성분이 많아 나오는 파티클(입자)이다” 등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문제는 지난 8일 해당 분유에서 이물질이 있다는 소비자의 민원을 접수한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소시모)이 다음날 서울지방식약청에 성분검사를 의뢰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식약청으로부터 “조제분유에 자력을 가진 금속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결과를 받은 소시모는 △소비자 사과와 제품 리콜·회수 △검출된 물질의 성분 내용과 첨가 이유 △조제분유 수입시 철저한 안전성 검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 미드존슨사, “본사에서 정밀검사 중…인체에 무해” 강조


수입업체인 미드존슨사의 ‘책임 떠넘기기’는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일주일째 “철분 성분이 강화돼 파티클이 형성됐으며, 인체에 무해하다” “허위보도에 대한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 “자체 분석을 하고 있다” 등의 답변만 늘어놓으며, 쇳가루 분유 의혹에 대한 피해신고와 환불요청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미국 미드존슨사의 자발적 리콜 방침 발표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22일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이 업체 홈페이지에서 ‘리콜’ 공지가 떴다.

업체가 제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뒤늦은 리콜 공지를 띄우기까지 소비자들이 겪은 사연들은 ‘원망’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젖먹이 아이들에게 ‘분유’는 주식이다. 한 제품에 입맛이 길들여진 까닭에 다른 제품으로 대체도 쉽지 않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손혜경(30씨는 “14일 쇳가루 분유 기사를 본 뒤 전날 먹은 젖병 바닥을 봤는데 검은 불순몰이 있어 지난 16일 회사에 전화했더니 통화도 안되고, 번호를 남겨도 연락이 없었다”며 “겨우 통화가 되자 상담직원은 오히려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방송이 됐다. 철가루가 나올 수 없다’는 얘기만 늘어놓아 더욱 분통이 터졌다. 검사 결과와 상관 없이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리콜을 하든, 환불을 하던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미드존슨사는 21일 리콜을 결정한 뒤에도 “인체 위해성에 대해서는 검사 중”이라며, 쇳가루 분유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22일 한국 내에서 유통중인 엔파밀 리필(Enfamil LIPIL) 760g과 366g(제품번호 BLJ00) 제품에 대해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힌 미국 본사 역시 해당 이물질의 정확한 성분과 인체 위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자체적인 정밀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쇳가루 분유’ 의혹과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소비자, “쇳가루 분유보다 회사 대응에 더 화난다”

22일 미드존슨사는 홈페이지에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2일 미드존슨사는 홈페이지에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본사의 리콜 방침에도 불구, 환불이나 리콜은 쉽지 않다. 피해고객들은 상담원(080-713-0155)과의 전화통화를 거쳐 환불 및 반품요청 의사를 밝힌 뒤 CJ택배를 통해 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하늘에서 별따기’라고 입을 모은다. 환불이나 반품을 요청하려 해도 상담원 연결이 쉽지 않고, 상담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인체에 무해하지 않다.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설득한 뒤 “기다리라”며 발뺌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아무개(32)씨는 “보도가 나온 뒤 우리 아이가 먹는 분유를 자세히 봤더니 검은색 이물질이 보여 20일 홈페이지에 환불신청을 하고 연락처를 남겼으나 21일까지 연락이 없었다”며 “홈페이지에 반품이나 환불 방법 등에 대한 공지를 띄우지 않아 더욱 화가 났다. 지금까지 먹인 분유에 대한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상담원에게 환불 신청을 하고, CJ택배에 반품의사를 밝혔음에도, 약속한 날짜에 물품을 받으러 오지 않고 있는데 자발적인 리콜 또한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22일 다시 상담원과 통화를 하니, 본사 방침에 따라 리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향후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덧붙였다.

손씨도 “상담원과 통화를 요청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연락처를 남겼는데도 연락이 바로 오지 않았다”고 말했고, 김씨도 “20일 홈페이지에 환불 요청 의사를 밝힌 뒤 연락처를 남겼지만, 회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회사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손씨나 김씨의 사정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 회원가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피해사례 신고를 접수하려 해도, ‘인증 대기’를 이유로 회원가입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방법으로 게시판 접근을 차단당하기 일쑤였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인증대기 철회하라”, “신속한 보상과 환불 요청”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애가 타는 쪽은 소비자들이다. 네이버카페 ‘임산부 모여라 임신육아정보 가득~’에 글을 올린 ‘헌이맘’(tjdgnl06)은 “16일 택배로 반품했는데, 직원이 전화해서는 ‘농림부에서 그냥 파티클이며, 철분이 많이 강화돼 자석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했다”며 “전혀 해가 없다고 변명하며, 방송에 대해 미드존슨사에서는 변호사 선임해 소송 들어간다. 억울하다”고 하는데 천벌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아무개씨도 “정밀검사 결과가 정확히 몇일이 걸리고, 언제쯤 결과가 나오는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런 혼란을 예상했다면, 식약청-농림부-검역원 등을 거쳐 성분 분석내용이 정확히 밝혀진 뒤 알렸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 소시모, “쇳가루 분유 의혹,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 대응할 것”

그러나 소관부처인 농림부는 22일까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해당 제품의 유통을 중단시키고, 자력을 가진 물질에 대한 조사·분석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조치했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고, 검역원은 “검사 중이다. 이번주 안으로 결과가 나온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역원 축산물규격과 김춘선씨는 “최대한 빨리 검사 결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주 안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소시모쪽도 검사 결과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김정자 소시모 소비자권익실장은 “식약청으로부터 자력을 가진 금속성 물질이라는 답변을 받았는데, 해당 회사는 환불을 해주겠다며 수거만 하고 있을 뿐 본사쪽 및 농림부 결과를 봐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초 성분 분석을 담당했던 서울지방식약청 성분분석팀 한상배 연구관은 “자세한 성분 추출은 하지 않고, 쇳가루 성분에 대한 검사만 했고, ‘자력을 띤 금속성 물질’로 나왔다”며 “과학적으로 볼 때 알루미늄이나 남 등은 반응하지 않지만 철이나 니켈 성분이 자력에 반응한다”며 1차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 소비자들, 안티 엔파밀 카페 통해 공동대응 준비중

미드존슨사의 무성의한 대응에 소비자들은 ‘엔파밀 대책위원회-안티 엔파밀’(cafe.daum.net/antienfamil) 카페를 만들어 분노를 모으고 있다. 지난 14일 개설된 이 카페에는 총 2천여명이 가입돼 있으며, 피해사례 접수와 서명운동, 촛불시위와 피해보상 등에 대한 법정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카페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를 우롱하는 미드존슨사의 책임있는 자세와 재발방지 약속, 의혹이 일고 있는 쇳가루 성분의 철저한 성분조사 결과와 함께 신속한 환불 및 피해보상 약속 등을 받아내겠다”는 취지다.

카페지기인 이상철씨는 “구매내역이 남아 있는 엔파밀 전체 제품에 대한 환불조치와 해당 분유로 인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보상과 엔파밀 수입금지를 요구한다”며 “정부 또한 해당 제품뿐 아니라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분유에 대해 철저한 성분검사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촛불시위를 제안하기도 했다. ‘태우맘’은 “말만 앞서고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는데, 한국인의 모성애를 보여주자”며 “한자락의 촛불이 모이면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 문제로 대두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 문제가 된 엔파밀, 미국에서도 금속성분 발견돼 물의

해당 분유에서는 지난해에도 금속성분이 발견돼 물의를 빚었다. 당시 미국 식약청은 분유통의 알루미늄 뚜껑을 벗기면서 접합 부분 금속물질이 섞여 나왔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인터넷에는 문제의 분유에서 쇳가루 외에 곤충 애벌레, 실가닥 등의 이물질이 나왔다는 피해신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해당 제품 외에 이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른 종류의 분유에서도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쇄도하고 있다. 엔파밀의 분유시장 점유량은 판매량 기준 1.8~1.98%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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