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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육퇴한 밤] ‘호통판사’ 천종호, “정치하려 하냐?” 비난도 감수한 이유!

등록 2022-04-21 19:59수정 2022-04-21 20:27

육아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천종호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소년보호재판 다룬 <소년심판>
모티브된 천 부장판사와 함께
촉법 소년 문제 등 고민해본 밤

육아동지 유튜브 채널 &lt;육퇴한 밤&gt; 영상 섬네일.
육아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영상 섬네일.

소년보호재판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보면, 판사(배우 김혜수)가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이탈한 보호소년을 찾아 나선다.

21일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에서 만난 천종호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이하 천 부장판사)도 센터를 탈출한 청소년들을 찾아 나선 경험이 있다. 당시 10명의 청소년이 센터를 빠져나갔다. 6명이 돌아왔지만, 나머지 4명의 행방이 안갯속에 흩어졌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소년위탁보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교수의 전화벨이 울렸다고 한다. 센터를 탈출한 학생이 성매매에 나갈 위기에 놓여 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전화 한 아이가) 가출해서 모텔에 있는데, 성매매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거예요. 본인 차례가 됐는데 도저히 겁이 나서 못 하겠다고, 20만원 만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대요. 아이를 설득해서 교수님 연구실로 오라고 했죠. (제가 연구실)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붙잡아서 아이를 살린 거죠.”

2018년 <소년심판> 제작진이 천 부장판사를 찾아왔다. 당시 민간 후원에 의존해 어려움을 겪던 청소년 회복센터(사법형 대안 가정)를 국가 지원 시설로 만들어야겠다는 절박감이 컸다. 그는 가슴에만 품고 있던 사연들을 제작진에게 적극적으로 들려줬다.

&lt;육퇴한 밤&gt;에 출연한 천종호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영상 화면 갈무리.
<육퇴한 밤>에 출연한 천종호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영상 화면 갈무리.

천 부장판사는 위기 청소년들이 소년법상 1호 보호처분을 받고 돌아갈 가정이 없어 재비행에 빠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경남 지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뜻있는 사람들을 설득했고, 하나둘씩 위기 청소년의 쉼터를 마련했다.

“국가 지원이 안 됐을 때는 사비를 들였습니다. (정서적으로 허기진 청소년들이라) 하루 6끼씩 먹였어요. 회복센터를 운영한 분도 본인 인건비는 챙길 수도 없고요. 그래서 신용카드 결제일만 되면 ‘판사님’하고 연락이 옵니다. 고등학교 선배들한테 전화해서 ‘형 돈 좀 빌려주세요’ 부탁해서 신용카드값 메우고 또 돌려받고 메우고 그런 식으로 시작했죠.”

그가 방송에 얼굴을 비칠 때마다 ‘관종이냐’, ‘정치하려고 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임했던 이유는 회복센터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2019년 센터가 청소년 회복지원시설로 공식 지위를 얻게 된 이후로는 청소년들 곁에 있었다.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두루 지원하는 단체인 ‘만사 소년’을 설립해 인문학 강의, 바리스타 교육 등을 지원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청소년들과 축구공을 찬다. 60대를 목전에 둔 천 부장판사는 함께 축구하는 10대 청소년들에게 감사할 일이라며 웃었다.

“범죄 사실만 보면 (위기 청소년들에게) 혐오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릴 때부터 학대당하고 부모에게 버림받고 누구 하나 제대로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고, 아이들한테 먹이고 하니 센터에서 생활하는 6개월 동안 아이들이 재비행을 안 하고 정말 보통의 아이들처럼 그렇게 살아갑니다.”

&lt;육퇴한 밤&gt;에 출연한 천종호 부장판사. 영상 화면 갈무리.
<육퇴한 밤>에 출연한 천종호 부장판사. 영상 화면 갈무리.

<소년심판>이 화제가 되면서 천 부장판사를 떠올리는 이들의 연락도 이어졌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시작되면서 그의 휴대폰 벨이 더 자주 울렸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 소년 범죄는 줄어들 수 있을까 직접 물었다.

천 부장판사는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췄을 때, 소년 범죄가 줄어든다는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근거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연령이 정해지고 나면, 연령 이하의 아이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년교도소와 소년원 등 시설 문제도 언급했다.

“위기 청소년에게 형벌을 부과하면 소년교도소로 가야 하는데요. 현재 소년교도소가 김천에 한 곳이 있고, 여성 청소년을 위한 교도소는 없습니다. (중략) 소년원도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청소년을) 처벌하는 만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짓는 데 국민들께서 동의해 주셔야 합니다.”

그는 피해자 회복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치지 않고 활동하는 이유도 위기 청소년들의 비행을 막아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다.

“부산 중학생 폭행 사건의 예를 자주 듣는데요. 당시 가해자의 처벌만 외치고, 피해자 지원이나 학업 복귀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거든요. 저와 인연이 돼 장학금도 마련하고 학업 복귀에 도움을 줬습니다. (중략) 진정으로 피해자를 돕는 길은 가해자 비행에 비례하는 벌을 내리는 것과 가해자의 진정 어린 사과, 그다음 피해자의 심리적 회복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짧게 요약한 클립 영상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우리학교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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