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침 7시30분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독립문 방향 열차 바닥에 엎드려 오체투지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장애인 정책이 미흡하다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21일 아침 7시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9일 인수위는 경복궁역에 직접 찾아와 전장연이 21년째 요구하는 장애인이동권 보장과 더불어 장애인권리예산과 4대 권리입법에 대한 요구안을 직접 받아갔다. 다음날부터 (전장연은) 인수위의 역할을 굳게 믿고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고 삭발을 하면서 시민들과 새로운 정부에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하며 20일까지 기다려 왔지만, 인수위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대답을 주지도 않고 포기했다. 이제 답을 줄 책임 있는 부처는 기획재정부만 남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추경호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5월2일 인사청문회에서 답할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추경호 후보자가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바로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만약 그 약속도 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답변을 받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매일 경복궁역에서 진행할 것이며, 다음달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매일 삭발 투쟁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기재부 예산실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경복궁역 승강장에는 50여명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활동가,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장애인 28여명은 독립문 방향 열차에 오른 뒤 휠체어에서 내려 오체투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예산 보장하라’ 등이 적힌 스티커를 바닥에 붙여가며 열차 바닥에 엎드린 박 대표는 “제발 추경호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님들,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에 대한 질문을 제발 해 달라. 답을 받아 달라”고 외쳤다. 열차에 탄 비장애인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 정말 미안하다”고 외치는 박 대표를 보고 한 여성 승객은 “괜찮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같은 시간 2호선 시청역에서도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이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시위에 참가자들을 향해 “열차 운행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불법집회로 모든 참가자에게 해산 명령을 내린다”고 통보했다. 이날 경찰은 열차에 탑승하려는 장애인 시위 참가자들과 곳곳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