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돌봄은 여성 몫’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크게 완화했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가사·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19일 발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년간 남성이 생계를, 여성이 자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실제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은 남성보다 2.5배 이상으로 5년전 실태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 제10조에 따라 양성평등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5년마다 진행되는 것으로, 이번 경우 지난해 9~10월 전국 449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하는 응답 비율은 2016년 42.1%에서 지난해 29.9%로,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에 대한 동의 비율은 같은 기간 53.8%에서 17.4%로 줄었다.
현실은 인식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체 응답자의 68.9%가 가사·돌봄에 대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한다’고 답했다. 다만 20대(여성 45.3%, 남성 40.6%)와 30대(여성 32.2%, 남성 36.7%)는 ‘반씩 나눠서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가사·돌봄 시간을 살펴보면,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2.7시간)은 남성(1.1시간)의 2.5배였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돌봄 시간은 여성과 남성 모두 길어졌지만, 여성의 돌봄 시간이 0.4시간 증가할 때 남성은 0.2시간 느는데 그쳐 차이를 보였다. 여성과 남성의 돌봄 시간 격차는 5년 전 3배(여성 0.9시간·남성 0.3시간)에서 2.6배(여성 1.3시간·남성 0.5시간)로 완화했다. 맞벌이 가정이라도 돌봄시간은 남성 0.7시간, 여성 1.4시간으로 2배 차이를 보였다. 12살 이하 아동이 있으면, 여성(3.7시간)이 남성(1.2시간)보다 3배 이상 긴 시간을 돌봄 노동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보도자료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문선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개인 차원에서는 개별적 인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아직 실천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일터 등)조직이 워낙 다양한 세대로 구성돼 문화나 관행까지 바뀌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성평등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60대 이상은 남성 47.5%, 여성 40.0%가 동의한다고 응답한 반면, 20대에선 남성 17.5%, 여성 9.6%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인식에 60대 이상은 남성 44.6%, 여성 46.4%가, 20대에서는 남성 9.0%, 여성 4.4%가 동의한다고 답해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두드러졌다.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성 불평등 문제로는 ‘여성의 경력단절’(28.4%)이 꼽혔다. 특히 30대 여성은 85.1%가 경력단절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고용 상 성차별’(27.7%), ‘여성에 대한 폭력’(14.4%),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12.5%) 순이었다. 한편 연령대가 낮을수록 ‘온라인 성별혐오와 공격’,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온라인 성별혐오와 공격’은 20대 남성(48.0%), ‘여성의 성적 대상화’는 10대 여성(41.6%)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우리 사회 양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폭력에 대한 민감도 증가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 신호”라며 “여성의 경력단절과 돌봄 부담 해소, 여성폭력 문제 개선 가속화 등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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