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검찰총장의 고뇌를 이해한다. 사표를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고) 가지고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추진에 대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놓고서는 “(검찰은) 책임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김 총장의) 사표를 17일 전에 받은 건 맞다. 정확한 날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김 총장의 사의를) 조율한 적 없고, 사표 제출을 공개한 (김 총장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날 김 총장은 “(검찰 수사권 폐지 방안을 두고)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김 총장이 제출한 사표를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김 총장 사표를) 내가 가지고 있으려 한다. 청와대도 알고 있고, 전달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일이 앞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의 수용 여부는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박 장관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장의 면담을 거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대통령이 (김 총장 면담을) 거절한 바 없다. 청와대 분위기는 조금 기다려보자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뜻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에게 정식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틀 뒤인 15일 김 총장의 면담 요청에 대해 “지금은 국회가 입법을 논의해야 할 시간”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검찰 수사권 폐지를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권한보다 책임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항상 권한만 가지고 시끄럽다. 책임이 먼저고, 권한은 요구 또는 유지를 해야 하는데,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검찰이 책임을 가지고 시끄러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핵심은 공정성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모두 의무와 책임에 충실해야 국회에 그렇게(검찰 수사권 폐지 반대를)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김오수 총장의 불참 통보로 취소됐다. 애초 여야는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한 김 총장의 의견을 듣기로 했으나, 전날 김 총장이 사표 제출 사실을 알리고 이날 연가를 내면서 회의는 무산됐다.
김 총장이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회의실에 모여 전국고검장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19일엔 전국의 평검사 대표 150여명이 서울중앙지검에 모여 검찰 수사권 대응 방안을 두고 회의에 돌입한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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