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반값아파트 사업 추진 대가로 민간사업자가 세운 아파트. ‘거제 반값아파트 환수 추진 시민연대’ 제공
농림지역에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해주되 초과 이익금은 환수해 서민들에게 싼값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경남 거제시의 ‘반값아파트’ 사업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업체는 25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개발이익금을 축소시킨 정황과 증거들이 확인됐는데, 환수에 소극적이었던 거제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거제 반값아파트 환수 추진 시민연대’는 12일 경남도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문기관에 의뢰해 검증한 결과, 반값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거제시가 민간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 받아야 할 돈이 2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를 방치한 거제시는 시민에게 사과하고, 부당이득금 250억원을 환수하라”고 요구했다. 시민연대는 경찰에는 민간사업자 구속 수사를, 경남도에는 거제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거제시는 주택난 해소를 위해 2013년부터 거제시 양정동·문동동 일대 2만4193㎡에서 당시 분양가의 절반수준인 평(3.3㎡)당 300만원대 아파트를 지어 서민들에게 분양하는 이른바 ‘반값아파트 사업’을 추진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농림지역을 용도변경해주면, 민간사업자는 이 땅을 매입해서 택지로 개발한 뒤 반값아파트 건립 예정터를 거제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땅에 일반아파트를 지어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시와 민간사업자인 평산산업㈜은 전체 사업비(3730억원)의 10% 이상 개발이익금은 시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새로운 형태의 개발이익 환수 모델’이라는 평가 속에서 반값아파트 575가구와 일반 아파트 1279가구가 완공됐다. 거제시는 반값아파트가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리자 이를 임대아파트로 전환했다.
하지만 평산산업은 “토사 반출물량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났고, 사업기간 기름값이 크게 올랐다. 외부감사를 통해 산출한 결과 실제 수익률은 3% 수준에 불과했다”며 기부할 초과이익금이 없다고 밝혔다. 거제시도 이에 동조해 ‘환수할 돈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거제 반값아파트 환수 추진 시민연대’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값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거제시에 민간사업자 부당이득금 250억원을 환수하라고 요구했다. 최상원 기자
하지만 경남도는 2016년 거제시 종합감사에서 “개발이익이 발생했음에도 사업을 소홀히 추진해 이를 확인·조처하지 않았다”며 거제시에 142억원을 환수하고 지방세 1억5396만원을 추징하라고 처분했다. 거제시는 경남도의 감사처분 처리도 미루다가, 평산 쪽이 공사비를 부풀리고 상가분양금을 축소한 사실이 드러난 뒤인 지난해 11월 뒤늦게 검찰에 고소했다.
시민연대는 지난해 11월 건설경제연구원에 ‘반값아파트 건립 사업의 원가와 개발비용 산정’ 용역을 의뢰해 최근 평산 쪽 주장과 달리 토사 처리물량 등은 증가하지 않았고 기름값은 공사기간에 오히려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해야 할 초과 개발이익금은 250억원에 이르렀다.
경찰에 용역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시민연대 박순옥 공동대표는 “거제시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농림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특혜를 준 것부터 문제였고, 사업 진행과정을 철저히 관리·감독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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