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 장애인의 에스컬레이터에 추락사고 발생한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사고 현장. 이우연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승강장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뒤집히는 사고로 숨졌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낮 12시50분께 9호선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역 내 마곡나루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에서 내린 50대 후반 남성 ㄱ씨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뒤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ㄱ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당시 폐회로티브이(CCTV)를 확인한 경찰과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는 엘리베이터로 향하지 않고 승강장에서 내린 승객들이 모두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하는 걸 기다린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이어 에스컬레이터에서 얼마 올라가지 못해 전동휠체어가 뒤집히며 ㄱ씨는 충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양천향교역 근처 거주자이며,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에서 20m 거리에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사고 당시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입구에는 차단봉이 별도로 설치되지는 않았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비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엘리베이터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며 “ㄱ씨가 엘리베이터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쪽은 그동안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장애인은 목격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9호선 모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앞에 휠체어 진입을 막는 차단봉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차단봉 설치는 현재 법적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7일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승강장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이우연 기자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