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새정부에 바란다’ 토론회에서 윤홍식 교수(왼쪽 두번째)와 참석자들이 방청객의 질문을 듣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복지정책도 후퇴한다. 사회적 이슈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형성되면서 분배 문제가 묻히기 때문이다.”
5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새정부가 추진해야 할 복지정책의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먼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성격 규정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대중 정권 수립 후 10년 동안 유럽 수준의 민주주의를 유지하다 2008년 이명박 정권과 2012년 박근혜 정권 들어 민주주의 지수가 급락했는데 이 기간 동안 복지정책도 후퇴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증가율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0.42%포인트였던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0.3%포인트, 0.32%포인트로 떨어졌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1.1%포인트로 크게 증가했다.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지출증가율은 과거 유럽 복지국가들이 잘 나갔을 때와 비슷하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계승하지 않고 과거 보수 정권 때로 돌아간다면 복지정책은 또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이재명 후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를 근거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윤 교수는 “공약이 비슷하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가 보수정부가 아니라거나 민주당과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맥락”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복지정책 관련 공약은 차이가 가장 적었지만, 이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과를 보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념 지향성을 비교했을 때 분배 영역은 남북관계와 성소수자 등 정체성 영역과 함께 양당 간 차이가 크게 나는 분야다.
윤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적어도 취약계층을 겨냥한 복지정책만이라도 제대로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산상위 계층의 자산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하위 계층의 자산 비중은 더욱 감소하는 등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취약계층의 빈곤 문제만이라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 시절의 공약은 현금지출을 억제하고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서비스 확대도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고 대형병원의 분원을 확대하는 등 시장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윤 교수는 “문제는 이러한 대응으로는 기후위기,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가치사슬의 블럭화 등 대내외적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윤석열 당선인은 복지공약을 발표할 당시 ‘도덕적 해이’ ‘의존성’ 등을 언급하며 빈곤층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드러낸 바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생색내기용 정책 등 선별적 정책으로 빈곤층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열린 두번째 토론에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해 “후보 시절 의료민영화 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보면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윤석열이 당선되면 의료민영화가 추진된다’는 글이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전파되자 원희룡 선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이 괴담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공약 내용을 뜯어보면 시장중심적인 성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오랜 기간 의료민영화에 반대 운동을 해왔다.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 이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며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코로나19 감염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정책이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윤석열 당선자는 의미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지 않았다”며 보건정책에 대한 무관심을 우려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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