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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젠 ‘세월호 진실’ 인양돼 희생자 얼굴탈 하늘로 보내고 싶어요”

등록 2022-04-04 20:05수정 2022-04-05 02:35

[짬] 나무움직임연구소 이효립 소장

이효립 나무움직임연구소 소장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이탈을 들고 있다. 나무움직임연구소 제공
이효립 나무움직임연구소 소장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이탈을 들고 있다. 나무움직임연구소 제공

“세월호 참사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자본의 논리에 뒷전으로 밀린 생명의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난 3일부터 전남 해남문화예술회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하얀 종이로 만든 둥그런 얼굴탈 수백개가 시민들을 맞고 있다. 저마다 다른 모습과 크기를 한 종이탈은 모두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부터 학생 등 시민들이 하나둘씩 만든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효립(56) 나무움직임연구소 소장은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하나하나 시민들과 손으로 만들며 온기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참사 8주기 추모 기록전시 ‘침묵의 봄’
8년간 시민 4천여명 만든 종이탈 수백개
푸른색 만장 ‘영원히 지지 않는 꽃’도
해남문화예술회관·목포 갤러리 나무
“진도에는 마땅한 공간 없어 아쉬워”

“국가는 지금껏 뭘 했는지 묻는 자리”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경기도 안산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표현한 종이탈을 들고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나무움직임연구소 제공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경기도 안산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표현한 종이탈을 들고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나무움직임연구소 제공

‘침묵의 봄, 열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해남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인근 목포 갤러리 나무에서도 오는 12∼30일 동시에 전시가 열린다. 세월호 희생자 종이탈은 그동안 서울, 경기지역에서 선보여왔는데, 8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전남지역을 처음 찾았다.

이 소장은 “전시 규모가 크다 보니 팽목항이 있는 진도에서는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해남과 목포에서 열기로 했다. 미소를 짓는 종이탈을 통해 슬픔, 아픔보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종이탈뿐 아니라 꽃사슴과 여우, 부엉이, 나무 등을 형상화한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동물 작품은 인간 중심 사회를 비판하고 “지구는 다양한 종이 어우러지는 생명사회”임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활용품으로만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장 벽면을 감싸고 있는 푸른색 만장(애도 깃발)은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다를 표현했다. 만장에는 2016년 세월호 진실을 촉구하던 유가족과 학생, 시민들이 입었던 한복으로 만든 꽃을 곳곳에 붙여 희생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소장은 “이번 전시 작품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진실과 평화, 생명활동을 바라는 국민 염원의 결정체”라고 강조했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이 소장은 서울, 경기 안산 등에서 연극, 마당극 연출가로 활동하며 사회문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작업을 주로 했다. 그는 2014년 참사 때 누구 못지않게 충격을 받아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종이탈을 만들어 희생자들을 기억하기로 했다. 유족들의 광화문 단식 농성 때 극우세력의 조롱에 분노한 시민들이 종이탈 제작에 참여했다. 300개 넘는 탈은 종이를 잘게 찢어 가로·세로 50㎝ 크기 틀에 붙이고 쓰다듬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종이를 일곱겹으로 일일이 붙이기 위해 수백~수천번의 손길이 필요했다. 종이탈 한 개를 만드는 데 15명쯤 참여했으니 전체 연인원은 4천명이 넘는다. 전체 작품 무게만해도 5t에 이르러 탈과 만장 등은 해남과 목포에 나눠 선보이게 됐다.

오는 31일까지 전남 해남문화예술회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세월호 8주기 추모 기록전’에 희생자 얼굴탈과 만장들이 펼쳐져 있다. 나무움직임연구소 제공
오는 31일까지 전남 해남문화예술회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세월호 8주기 추모 기록전’에 희생자 얼굴탈과 만장들이 펼쳐져 있다. 나무움직임연구소 제공

이 소장은 “진실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결합의 예술방식을 고민했다. 전시 기획은 우리 연구소에서 했지만, 작품은 시민과 예술가들의 몸짓이자 목소리이다”라며 “우리 사회가 물질문명 위주로 흘러가며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가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우리는 침묵하고 있다. 세월호처럼 가라앉고 있는 지구공동체의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이제는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8주기를 맞아 광주, 전남, 안산 등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마련된다. 4·16국민연대는 9일 서울 동대문역 일대 행진에 이어 경기 안산에서 15일 기억문화제, 16일 기억식을 연다. 같은 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는 광주·전남 시민단체로 구성된 ‘팽목세월호기억연대’가 오후 3시부터 4시16분까지 기억식을 열어 추모공연 등을 펼친다. 광주 5·18민주광장에서는 15일 오후 1시부터 17일 저녁 7시까지 무인 분향소를 운영하고 16일 오전 10시 기억식이 열린다.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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