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입법예고 의견 접수가 마감된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에는 시민과 단체 의견 1759건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비대해진 경찰 수사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 필요성을 방증한다.
경찰청은 지난달 15일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행안부령) 입법예고를 했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지켜야 할 각종 인권보호 원칙과 수사 절차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정안에는 △피의자가 전화로 출석 일정을 협의한 뒤 일정과 사건명을 다시 문자로 전송 △임의제출물 압수시 피의자에 거부권 고지 △여성 대상 범죄 증거자료나 아동 성범죄 관련 사진 등에 대한 비공개 규정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가 조사받을 때 영상녹화 허용 등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및 범죄피해자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 등은 제정안 신설 취지에 환영하면서도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경찰개혁네트워크·공권력감시대응팀·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경찰청에 제출한 제정안 의견서에서 △신체 수색·검증 과정에서 성소수자 성별정체성에 맞는 성별의 경찰관 배치 △외국인·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의사소통 조력 의무화 △노인·성소수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조항 신설 등을 요구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트랜스젠더 응답자 15.9%가 ‘경찰 및 검사에게 트랜스젠더 정체성 관련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관련 보호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는 “2008년 제정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엔 있던 성소수자 보호 조항이 빠진 점은 아쉽지만, 제정안에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금지원칙이 명시된 만큼 이를 근거로 향후 소수자 보호 관련 수사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담당 부서에 소수자 관련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혜선 경찰청 수사인권보호계장은 “이번주 중으로 제출된 의견들을 검토해봐야 겠지만, 향후 현장에서 쓰일 실무지침에 사회적 소수자·약자를 위한 지침도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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