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인근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혜미 기자
“초스피드 청와대 용산 이전, 초슬로우 장애인권리 예산", “21년의 외침 장애인 이동권 더 이상 검토 NO, 용산 이전보다 먼저 결단”
22일 오전 9시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건물 인근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종이가 빼곡하게 붙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경복궁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이전 전에 먼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결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의 이동·교육·노동·탈시설 등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예산 확충을 기획재정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용산으로 청와대를 이전하는 비용 496억원도 세금이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권리 예산도 세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선자는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반드시 보장할 수 있도록 약속해달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당선자가 국민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한다면, 저희도 시민들과 만나고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소통하고 싶으니 청와대 이전 전에 먼저 이 문제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장연은 탈시설 지원 예산 788억원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고, 장애인평생교육과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운영비에 대한 국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기자회견이 끝나자 인수위 관계자는 전장연의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안과 축하 난을 받아갔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지난 14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를 전달하지 못하자 요구안을 찢고 난 화분을 깨트려 항의한 바 있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23일 자정까지 인수위의 충분한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24일 아침 8시부터 3호선 경복궁역 지하철 타기 캠페인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전국에서 장애인 1천여명이 이곳에 와서 25일까지 1박2일 노숙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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