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2022년 봄편 새단장
김사인 시인의 ‘공부’ 시구로
김사인 시인의 ‘공부’ 시구로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 `봄편\'이 새로 내걸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글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글은 김사인 시인의 `공부\'에서 가져왔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2022년 새봄, 서울 광화문 글판이 삶의 섭리에 대한 성찰을 담은 문구로 새단장했다. 글판에 쓰인 문구는 김사인 시인이 쓴 '공부'의 시구이다. 교보생명은 “봄편 문안으로 선정된 시는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듯 사람과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배우는 것이 ‘인생 공부’라고 비유한다”며 “겨울과 봄이 바뀌는 계절의 틈새에서 우리를 위로하는 공동체의 따뜻한 시선이 있음을 떠올리자는 뜻으로 이번 문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김사인 시인은 1981년 등단해 현대문학상과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광화문글판의 문안으로 선정되기는 2016년 가을편에 담긴 '조용한 일' 이후 두 번째다. 아래는 김사인 시인의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에 실린 시 ‘공부'의 전문이다.
공부 _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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