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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크라 현장통신 “창문에서 떨어진 복도에 누워 폭발음을 듣고 있어”

등록 2022-03-01 16:05수정 2022-03-02 02:31

키예프·오데사 현지인이 <한겨레>에 알려온 전쟁 상황
“해가지면 우리를 겨냥하지 못하게 불을 끕니다”
러시아군 공격 공포와 불안 속에 신뢰와 연대의 손잡기
2월28일 우크라이나 세베로도네츠크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집 지하실에 대피해 있다. 세베로도네츠크/AFP 연합뉴스
2월28일 우크라이나 세베로도네츠크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집 지하실에 대피해 있다. 세베로도네츠크/AFP 연합뉴스

“엄마가 이런 문자를 보냈어요. ‘어두워지자마자,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겨냥하지 못하도록 불을 꺼’.”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유학생 김마리나(22)의 어머니와 친구들은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 살고 있다. 수도 키예프와 함께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는 지역이다. 그들은 언제 덮칠지 모를 공습에 불안해하는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내오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일(한국시각) 엿새째로 접어들었다. 군과 시민이 손잡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이 계속되면서 러시아군의 공격도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키예프와 오데사 등 공습·교전 지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한국에 사는 가족과 친구를 통해 현지 상황을 <한겨레>에 전해왔다. 공포와 불안 속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대가 교차했다.

키예프 북쪽에 사는 이고르(51)와 그의 아내는 28일 오후 1시(현지시각) 한국에 있는 딸 리자(25)를 통해 <한겨레>에 A4 절반 분량 글을 보내왔다. “전쟁 첫날, 우리가 사는 곳에서 10~15km 떨어진 곳까지 폭발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에 4∼5차례 정도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습니다. (사이렌이 울리면) 낮에는 대피소에서 1∼2시간 정도 기다리지만, 밤에는 총성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4∼5시간을 보냅니다. 하루에 3차례 정도 폭발음이나 총소리가 들리지만 우리 집 근처는 아닙니다.”

이고르는 전쟁통에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고 했다. “슈퍼마켓과 상점은 하루 2~3시간 제한된 시간에만 문을 엽니다. 식품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매우 긴 줄을 서야 합니다. 모든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이웃 친구에게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선 도로표지판 제거 작전도 소개했다. “대피소에서 나와 집에 머물러도 될 만큼 안전한 때는 조리한 음식, 방한용 옷과 담요 등을 준비해 도시를 방어하는 국토방위군 장병들에게 전해줍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인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도시에 진입하더라도 길을 찾기 어렵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나서서 모든 도로표지판을 제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체를 덮친 공포와 불안은 불가항력이다. “우리는 창문에서 떨어진 복도에 누워 폭발음을 듣고 있어.” 김마리나는 27일 우크라이나 남부 니콜라예프에 거주하는 친구로부터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또 다른 친구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근처 아파트의 창문이 다 깨졌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사는 김마리나의 할아버지는 “폭발음과 총소리가 들리고 연기가 났다. 아침에 도로에서 적의 탱크가 파괴된 것을 봤다”고 손녀에게 전했다고 한다. 김마리나는 “러시아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허위정보를 선전하고 전파하고 있다. 민간 거주지역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크라니아 수도 키예프 외곽 지역인 바실키우에서 2월27일(현지시각) 주민들이 폭격을 당한 건물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바실키우/AFP 연합뉴스
우크라니아 수도 키예프 외곽 지역인 바실키우에서 2월27일(현지시각) 주민들이 폭격을 당한 건물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바실키우/AFP 연합뉴스

이고르의 딸 리자는 유튜브 등을 통해 24시간 운영되는 우크라이나 방송을 보며 현지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송사들은 전쟁 상황을 실시간 보도할 뿐 아니라 국민이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국내외 다양한 사람들과 방송 중 영상통화를 해서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하루에 몇 번씩 심리학자와 대화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공황 발작과 같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거죠.”

현지 우크라이나인들은 급박한 전쟁 상황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며 연대의 정신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리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군인과 키예프 주민들의 힘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주민이 도시를 떠났지만, 남아 있는 주민 중에 자발적으로 국토방위군에 들어간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이 군인과 별도로 도시를 지키고 있고 주민 안정을 위해 순찰을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고르는 <한겨레>에 보내온 글에 이렇게 적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군인이나 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시기에는 지역사회와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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