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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역사적인 임정기념관 초대 관장은 공개 공모해야 합니다”

등록 2022-02-13 20:35수정 2022-02-14 02:01

임시정부기념사업회 빙인섭 상임이사
국가보훈처 ‘밀실 내정’ 맞서 1인 시위
독립 유관단체들과 비상대책위 꾸려
“2005년 기념관 건립계획안 첫 제출”
빙인섭 임정기념사업회 상임이사가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임정기념사회 제공
빙인섭 임정기념사업회 상임이사가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임정기념사회 제공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독립정신과 건국 100년사를 기리는 역사적인 공간이자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남을 사업입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에서 편의적인 관료 행정으로 초대 관장마저 ‘밀실 선임’하려고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고자 노구에도 나섰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빙인섭(73) 상임이사의 목소리는 자못 비감했다. 그는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서 ‘임정기념관 초대관장 공개공모로 선임하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날 최재호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이사도 교대로 시위를 했다.

“임정기념관 건립은 2004년 임정기념사업회 설립 이래 숙원사업입니다. 1987년 범민족평화문화협의회(민평협) 추진 시절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자동 회장을 따라 임정사업회 초대 사무처장을 맡았어요. 곧바로 2005년 서영훈·이종찬 선생 등 수많은 애국지사 후손들의 뜻을 모아 총리실 산하 광복6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 ‘임정기념관 건립계획안’을 제출한 게 바로 접니다.”

이어 ‘임정기념관 건립계획안’은 정부안으로 채택되어 2006년 1월 임정사업회 주도로 발기인대회를 열고 정식으로 임정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이후 정권이 바뀌며 표류했다. 그러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로부터 기념관 설립 동의를 받았고, 이어 서울시의 결단으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부근 서대문구의회에 짓기로 확정됐다. 후보 시절 3·1절 때 임정기념관 예정지를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기념관 건립을 공식 선언하고 더불어 임시정부 수립일을 공식 기념일로 제정했다. 이어 2020년 4월 11일 제101돌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기념일에 맞춰 기공식이 열렸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1절 때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서울 서대문구의회 터를 방문해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약속하고 있다. 왼쪽은 이종찬 임정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오른쪽은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1절 때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서울 서대문구의회 터를 방문해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약속하고 있다. 왼쪽은 이종찬 임정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오른쪽은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임정사업회는 창립 이래 정부로부터 일체의 운영비 지원 없이 학술회의, 자료출판, 전시·공연, 임정유적 답사 등을 벌여왔고 생존 독립지사들과 후손들도 참여해 인적·물적 콘텐츠를 축적해왔습니다. 이 콘텐츠는 고스란히 임정기념관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숙원사업 결실을 기대했던 빙 상임이사는 “지난 연말 ‘초대 관장 밀실 내정설’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고 했다.

“개관 일정이 애초 제안했던 2019년 11월23일 임시정부 요인 환국일에서, 2020년도 넘기고 2021년으로, 그러다 올해로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더니 보훈처에서 시일이 촉박하다, 직급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초대 기념관장을 공모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 선임 방식(민간스카우트제도)으로 임의 내정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특정 대선 후보진영과 가까운 학계 인사를 지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서 지난달 20일 임정기념사업회를 비롯 광복회·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등은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이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장 밀실임명 중단하여 주세요’ 국민청원(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CY2JLR)을 시작한 데 이어 초대 관장의 공모가 관철될 때까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계속하기로 했다. 또 오는 4월11일을 개관일로 정해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확고히 할 것, 특정 인사 선임을 강행한다면 개관식 불참할 것 등을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초대 기념관장은 상징성을 살려 임정요인 직계 후손 중에 선임하던가, 그동안의 선례에 비추어 최소한 임정사업회를 비롯한 유관단체에서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이날 국무총리 앞으로도 청원서를 보냈다고 밝힌 빙 상임이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몇차례 고비를 넘기며 와병중인 김자동(94) 회장께서 필생의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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