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이 수사검사에게
‘구속영장에서 범죄사실 내용 일부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법원이 이같은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병삼)는 이 부회장 변호인인 최재경·이동열 변호사가 <한겨레>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사실조회, 취재기자들의 증언 등에 비춰볼 때 보도내용이 허위라는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한겨레>는 2020년 9월 검찰 내부 증언을 통해 그해 6월께 이동열 변호사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던 수사팀 검사에게 ‘삼성생명 관련 부분은 예민하니 빼달라. 최재경 변호사의 요청’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 승계 과정에서 저지른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때였다. 최재경·이동열 변호사는 대표적인 검찰 특수통 출신 변호사다. 최 변호사는 삼성전자 법률고문도 맡고 있다.
<한겨레> 보도 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어 “전관예우 주장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악의적인 허위 기사로 변호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데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수사팀 소속 검사가 <한겨레> 기자들에게 해당 발언을 말했던 사실이 인정된다. <한겨레>는 이동열 변호사가 (직접 검사를 찾아갔는데) ‘전화’ ‘연락’해 해당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엽적 일부 오류일 뿐 보도내용의 중요 부분은 진실에 합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생명 지분 매각 부분은 범죄사실 중 지엽적인 사실에 불과해 혐의 유무 및 양형과 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를 빼달라고 요청할 이유가 없다’는 변호인 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 부분을 이재용이 위법한 경영권 승계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실행한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공소장에도 이를 주요 범죄사실로 적시했다”고 밝혔다. 주요 범죄혐의였던 만큼 검찰 출신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요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불법·편법을 동원한 경영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 간 부당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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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쪽, 이재용 범죄사실에서 삼성생명 건 빼달라 요구” 증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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