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자 단기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던 청소년들이 신경희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 가정상담센터 소장에게 보낸 편지들.
은지(가명·17)는 축구 선수가 꿈이다. 유아기에 보육시설에 맡겨졌던 은지는 축구 특기생이 되려고 광주의 한 아동보육시설로 왔다. 보호자가 없는 터에 결핍이 있었던 은지는 그곳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서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았다. 불안·분노로 인한 자해 등으로 보호처분 변경을 거친 은지는 결국 법무부 산하 치료 소년원에서 3년간 지냈다. 광주 여자 단기 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은지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신경희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가정상담센터 소장은 “마음의 상처를 초기에 치유했다면 은지도 법의 처분까지 받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은지처럼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을 초기에 개입해 치료해야 더 힘든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행동장애 등으로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을 치료하고 교육·재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호남권 청소년치료재활센터 설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광주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호남권 청소년디딤센터 설계비 8억7500만원이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에 반영돼 올 상반기 중 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설립 예정지가 결정된다. 여성가족부의 호남권 청소년디딤센터 공모 지침은 다음 달 초 나올 예정이며, 3~4월 심사를 거쳐 6월 최종적으로 설립 예정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국립영남권청소년디딤센터 조감도. 광주시 제공
청소년 정서·행동장애 치료 및 재활전문기관인 청소년 치료재활센터는 국내엔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경기 용인)와 국립영남권청소년디딤센터 등 2곳만 있다. 하지만 호남권 청소년들은 두 곳 모두 거리가 멀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힘들다. 광주시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받은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설립 타당성 용역 결과’(2021년 6월)를 보면, 호남권 청소년의 중앙센터 이용률 저조 원인은 접근의 어려움이 58.4%로 가장 높게 나왔다. 호남권 정서행동장애 청소년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광주의 정서행동장애 청소년 관심군이 2016년 2.76%에서 2019년 4.3%로 1.6배 증가했고, 정서행동장애 청소년 우선관리대상도 2016년 0.88%에서 1.8%로 2배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광주시는 국유지나 관내 폐교 등 8000㎡의 터에 국비와 시비 170억원을 들여 호남권 국립청소년디딤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19년부터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청소년디딤센터 유치에 나섰던 광주시는 청소년 관련 정책도 활발하게 펴왔다.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개원했고, 올해 상반기에 위기청소년통합지원센터도 개원할 예정이다. 시는 또 전국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난해 12월 실태조사를 한 뒤 중장기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재활치료센터는 거주형 치료시설이어서 교통 접근성과 함께 청소년 관련 시설과 전문가 집단의 치료 경험 등 ‘인프라’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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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청소년 치유 위한 호남권 치료재활센터 건립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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