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간 통화내용 유출 사건으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전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부 공무원 ㄱ씨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주미대사관 소속 정무공사참사관이었던 외교부 공무원 ㄱ씨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감봉 3월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ㄱ씨에게 내려진 징계가 타당하다는 취지다.
2019년 5월9일 강효상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하며 일본 방문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며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두 정상의 통화 정보는 ‘3급 비밀’로 분류된다.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 외교 기밀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
당시 강 의원은 고등학교 후배인 주미대사관 의회과 소속 공사참사관 ㄴ씨로부터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달받아 공개했다. 이후 ㄴ씨는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책임으로 파면됐다. ㄱ씨는 강 전 의원에게 직접 통화 내용을 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외교부에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외교부는 “ㄱ씨는 정무과의 비밀 보관 책임자로서 접수된 비밀 및 친전을 지정된 직원만 열람하도록 통제·관리해야 하지만, 2019년 1월 정무과 직원 전체(8명)에게 친전을 하드카피로 배포되도록 했고, 의회과 직원인 ㄴ씨에게도 업무상 필요하다고 임의로 판단해 친전 문서가 전달·배포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ㄴ씨가 친전 내용을 누설하는 빌미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ㄱ씨는 “해당 기밀은 정무과 소관 문서가 아니고, 배포 방식도 기존의 친전 문서 배포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관리 소홀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심 법원은 ㄱ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친전은 정무 분야 소관이 분명하고, 원고는 친전이 누설되지 않게 관리할 책임이 있었다. 원고의 지시와 승인 하에서 보안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 친전 복사본 배포가 이뤄졌기 때문에 ㄴ씨에 의한 누설행위가 가능했고 정치적 논란이 발생했다”며 ㄱ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행위라고 보긴 어려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이 기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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