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권네트워크 주최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아프간 난민, 특별기여자에 대한 한국 정부 보호의 실상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현서 화우공익재단 변호사(맨 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임시생활시설에서 머무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들이 다음달부터 사회에 발을 딛는다. 외부와 차단된 아프간 가족들이 당장 자립을 앞두고 불안을 호소하는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난민 지원 단체들은 이들의 정착을 지원할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13일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미라클 작전’이라 주목받았던 최초의 난민 피난에 관한 일련의 대응 과정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한 지점이지만, 정부는 법적 근거 없이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들의 자유로운 외출을 금지하고 면담도 제한하고 있다”며 “외부에 접근할 기회가 없었던 탓에 난민들이 우리 사회 정착에 대한 불안감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이 고려된 직업을 찾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공익법센터 어필과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재단법인 동천 등 20여 개 국내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난민 지원 단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현서 변호사(화우공익재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 특별기여자 가족들이 ‘바깥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당장 퇴소하고 나면 아이들과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밤 중에 몸이 아파도 제때 병원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자유로운 외출과 외부인 면회를 차단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신변안전을 이유로 특별기여자 가족들의 외출과 면담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23일 법무부는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제출한 ‘법률 조력 등을 목적으로 한 아프간특별기여자 임시생활시설 방문 요청’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및 단계적 일상회복 다중이용시설 등 기본방역수칙에 따라 입소자의 외출과 방문자의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며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친족 면회가 가능하며 외출 또한 질병치료 등 불가피한 경우 방역수칙 및 특별기여자들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 지원 단체들은 정부가 ‘특별기여자’에게 난민 인정자와 동일한 처우를 보장하고, 이들이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이 고려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수연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특별기여자들이 어렵게 발 디딘 한국 땅에서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정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아동들에 대해서도 “입국 당시 아동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던 법무부가 하루 빨리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유관부처들과 함께, 아동의 출생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촘촘히 논의한 범정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체는 특별기여자 뿐만 아니라 국내 이미 체류 중인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환희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는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 난민들에게 ‘G-1-99 비자를 내줬는데, 이 체류자격으로는 단순 노무직에서만 일할 수 있는 탓에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이 한국에서 사는 동안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최소한의 기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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